▲숲을 걷는 코끼리
이명주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LSCE) 파비오 베르자기(Fabio Berzaghi, et al. 2019)는 코끼리가 개입된 숲과 그렇지 않은 숲을 비교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팀은 97%에 달하는 대부분의 숲 코끼리가 작은 나무들을 먹는다는 점을 고려해, 코끼리 밀도에 따라 지름이 30cm에 못 미치는 나무들의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코끼리 밀도는 ㎢당 0.5마리에서 2마리까지 존재하는 상태를 '중간' 단계로 설정해, '낮음' 수준, 서너 마리를 '높음', 5마리를 '극한' 값으로 구분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단기에는 코끼리가 나무를 소비함으로써 숲의 바이오매스량을 크게 감소시켰지만, 장기에는 코끼리 밀도가 '중간' 또는 '높음'일 때, 오히려 지상 바이오매스량이 높이 증가했다. 코끼리는 식물을 대량으로 먹어치우기 때문에 숲의 탄소 저장 기능을 저해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추측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코끼리가 작은 나무들을 간벌함으로써, 큰 나무들의 성장을 촉진시켰고, 크게 성장한 나무들이 숲의 탄소 저장 기능에 도움을 주었다고 보았다. 코끼리로 인해 작은 나무들이 죽음으로써, 살아남은 나무들은 빛과 물에 대한 경쟁이 완화되어 충분히 성장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숲의 바이오매스량이 증가하여 열대림이 탄소 저장에 이로운 구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19세기 이전까지 중앙 아프리카 삼림 220만㎢에 서식하는 숲 코끼리는 백만 마리로, 2㎢당 코끼리 1마리가 존재했지만, 코끼리 사냥 등으로 2011년 코끼리는 십만 마리로 줄어 2㎢당 0.3마리에 불과한, 멸종에 준하는 상태가 됐다. 그 결과 중앙 아프리카 삼림의 바이오매스는 약 3PgC(페타그램 탄소, 1Pg=10억톤)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아가 필요해서 사냥하고, 땅을 개발하느라 서식지에서 몰아내는 동안, 인간이 잃어버리는 건 '코끼리'라는 생물종 하나에 그치지 않았을 수 있다. 먹고 배출하는, 생존에 필수적인 일련의 활동만으로도 다양한 식물종을 곳곳에 퍼뜨려주는 존재, 숲을 간벌하여 숲의 탄소 저장 기능을 우수하게 지속시킴으로써, 인간의 무분별한 탄소 배출을 묵묵히 완화시켜준 고마운 존재를 영영 잃는 것일 수 있다.
■ 참고문헌
Berzaghi, F., Longo, M., Ciais, P., Blake, S., Bretagnolle, F., Vieira, S., ... & Doughty, C. E. (2019). Carbon stocks in central African forests enhanced by elephant disturbance. Nature Geoscience, 12(9), 725-729.
* 필자 소개: 강지선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과정에 있고 TBN한국교통방송 PD로 일하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TBN한국교통방송 PD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