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숙 요리연구가. ‘개항장의 맛있는 꿈’에서
전재천 포토 디렉터
자유공원 아래 맛있는 꿈
하루하루가 반짝이는 6월. 이즈음엔 장미가 열렬한 사랑을 속삭이며 붉은 꽃망울을 터트린다. 그 향기로운 꽃잎을 따다 지짐이에 살포시 얹어 좋은 이들과 나눈다. 입안에서 여름빛이 반짝, 꽃빛처럼 마음이 발그레 물든다.
자유공원 언덕 아래 개항장 골목. 오늘, 다사로운 햇살이 굴곡진 역사의 시간을 가만히 어루만진다. 세월의 층이 겹겹이 쌓인 이 동네에도, 새로운 삶이 스며들고 있다.
'개항장의 맛있는 꿈' 협동조합. 2년 전, 이정숙(53) 요리연구가는 오래된 집에 새 숨을 불어넣어 맛과 멋이 흐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담장을 허문 낮은 집엔 동네 사람이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나누며 음식을 만들고, 때론 꽃꽂이를 하고 작은 음악회도 열며 일상을 즐긴다. 그 아래층에선 이 연구가의 가족이 오손도손 살아간다.
인천과 이 연구가의 인연은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홍보관에서 일본인들에게 궁중 음식을 알린 것이 시작이었다. 인천을 알게 된 이듬해에 바로 이사를 왔다. 한 가족이 살아온 삶의 터전을 옮길 만큼 인천은 끌림이 있는 도시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요. 해지면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고요. 작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곳곳에 있어 아무 때고 편한 차림으로 마실 나가기도 좋답니다."
열네 살 중학생 딸도 '청소년 문화해설가'를 자처할 만큼 동네를 아끼고 사랑한다. 개항장 바닷가 마을은, 이제 가족의 온전한 집이 되었다.
하늘, 땅, 바다, 섬을 품은 인천은 맛의 도시다. 육지에서 뚝 떨어진 섬, 후미진 오래된 골목에도 인천만의 '그 맛'이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지어주신 뜨끈한 밥과 담담한 된장국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해요. 음식은 기억으로 남아 그리움으로 머물지요."
인천에서 나는 귀한 식재료로,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는 '인천의 맛'을 만들어 전하고 싶다. 지난해에는 우리 시와 '1883 개항살롱'에서 '개항장의 맛'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오늘은 강화 땅의 기운을 흠뻑 받은 강화사자발약쑥과 강화섬쌀, 인천의 시화(市花) 장미로 '꽃지짐이'를 빚어 향기롭게 퍼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