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매장 바닥에 대출 전단지 등이 놓여 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SK증권 말에 순종하지 않으면 부도 통보하겠다'고 수시로 전화나 이메일로 협박했다."
메밀국수 가게를 운영하다 사업을 확장하려던 중소업체 '의령소바'가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진정서의 일부다. 이 업체는 SK증권에서 사업 자금을 대출받은 후 악몽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유는 SK증권이 다른 금융회사와의 대출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약정된 금액의 수수료가 아닌 거액의 불법 추가 수수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의령소바쪽은 SK증권에서 회사 부도를 빌미로 대출 실행을 이틀 앞두고 수십억원에 달하는 추가 금액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의령소바는 해당 증권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다.
사건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남 의령군에서 메밀국수 사업을 하던 의령소바는 지난 2020년 1월 경북 군위군 골프장개발사업을 인수하기 위해 SK증권을 찾았다. 증권사에서 인수 대금 일부를 대출받고, 나머지 대금은 SK증권이 주선해준 금융회사에서 빌리기 위해서였다. 5일 뒤 업체는 무사히 130억원의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SK증권의 태도가 급변한 시점은 대출 실행일 바로 전날이었다. 금융 주선 수수료와 대출이자 외 추가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대출을 실행할 수 없다고 나선 것이다. 돈을 빌리지 못하면 사업이 무산될 수 있었기에, 업체는 어쩔 수 없이 수수료 증액에 동의했다.
의령소바는 5일 만에 대출금을 모두 갚았고, 자금을 빌려준 대주단에 3200만원의 이자비용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SK증권은 수수료 명목으로 무려 5억 2400만원이나 챙겼다.
"물에 빠진 사람에 작은 줄 던져주며 '재산 더 달라'한 것"
SK증권의 갑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해인 2021년 2월 의령소바는 SK증권에 710억원의 금융주선을 요청했고, 대출총액의 1.5%를 금융주선수수료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1년여 만에 다시 만난 SK증권은 똑같은 수법을 동원했다. 대출실행 이틀을 앞두고, 기존 계약에 없었던 3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추가 수수료를 요구한 것이다. SK증권은 대출주선액 710억원 중 110억원은 직접 대출해주겠다 통보하면서, 추가 수수료를 지급해야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의령소바는 또 다시 울며 겨자먹기로 이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의령소바는 최근 금감원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금융주선계약서에는 분명 '수수료는 1.5%로 한다'고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SK증권은 금융지식이 전무한 대표이사에 '추가로 30억원을 주지 않으면 내일 대출이 안 된다'고 협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난 2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물에 빠진 사람에게 짧은 줄을 던져주면서 '재산을 더 주면 줄을 늘려주겠다'고 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며 "수수료를 수취하더라도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해야 하는데, 회사가 급박한 상황임을 이용해 과도한 요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장마차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억울...이제 SK증권과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