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학원 건물 앞에 초등학생이 서 있다. 교육부는 사교육 '이권 카르텔' 사례와 학원의 허위, 과장 광고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한창 또래들과 뛰어놀며 사회성을 길러야 할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책임 교육 학년'으로 지정한다는 방침도 뜬금없다. 공교롭지만, 초3이면 공교육 내에서 영어교육이 시작되는 때이고, 중1이면 대입을 향해 달려가는 중등교육이 시작되는 기점이다. 그는 '학습 및 성장의 결정적 시기'라고 둘러댔지만, 우리 교육의 종착역이 대입이라는 걸 인정한 꼴이 됐다.
'학업성취도 자율 평가에 전체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건, 2018년 공식 폐지된 '일제고사'를 되살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름은 '자율'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전체가 참여하는 '강제'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보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일제고사'의 부활이 예견된 바여서 딱히 놀랍진 않다.
평가 결과는 교육청과 학교·학생·학부모 등에 고스란히 공개된다고 밝혔다. 이는 필연적으로 지역 간 학교 간 경쟁이 불붙는 결과를 낳는다. 아닌 척해도 시·도교육감과 단위 학교장은 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성적 향상을 위한 온갖 편법도 묵인된다. 과거 학교마다 최하위권 아이들이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도 그래서다.
오로지 성적 경쟁을 통해 학업성취도를 제고하려는 발상은 효과도 제한적일뿐더러 반교육적이기까지 하다. 친구가 떨어져야 자신이 붙는 맹목적인 등급 경쟁은 서로 간의 협력을 방해하고 공감 능력과 연대 의식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지금 우리 교육에 절실한 건 경쟁이 아니라 나눔과 공존의 가치다.
이주호 장관이 명토 박은 대로, 아이들의 기본 인성을 국가가 책임지고, 사회 정서적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면, 지역간 학교간 성적 비교로 귀결될 경쟁을 멈춰야 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공부 못 한다는 '낙인'은 분발하려는 의지를 북돋우기보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뿌리 깊은 좌절감만 안길 뿐이다. 극단적 경쟁 속에서 바른 인성과 시민성이 길러질 리 없다.
헛웃음이 나오는 내용도 있다. "학생의 자발적인 질문과 토론이 일상화되는 학교 수업 문화를 조성하고 전체 학교로 확산해 나가겠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학교에서 토론식 수업이 어려운 이유는 교사의 역량 부족보다 대입과 수능에 목매달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선다형 방식의 수능으로 토론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당장 윤석열 대통령부터 공개 토론을 꺼리고 기자들의 질문조차 받으려 하지 않는데, 질문과 토론이 없는 학교 수업 문화를 꼬집는 건 뻔뻔한 행태다. 한 동료 교사는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라며 조롱했다. 수업 개선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기보다 대통령부터 수시로 국민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확신한다.
고교학점제 전면시행 그리고 자사고·외고·국제고에 건네는 선물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