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혁신과 관련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남소연
설득과 신뢰.
2015년 문재인 당대표 재임 때 구성됐던 '김상곤 혁신위원회'에 당시 현역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참여했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혁신위 성패 여부의 관건을 이렇게 말했다. 혁신위에 전권이 주어졌느냐보다, 혁신위와 지도부, 당내 구성원들이 혁신 과제를 어떻게 추진하고 안착시킬지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이뤄지는 게 중요하단 얘기였다.
우 의원은 "(전권을 받은) 혁신위가 (추진)하는 것이라고 (당이) 다 받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의원정수 확대 요구는 거부당했고, 사무총장제·최고위원제 폐지도 거센 반발을 겨우 뚫었다고 했다. 또 "'김상곤 혁신위'가 바꾼 게 아니다. 혁신위가 내놓고 '최고위(문재인 지도부)'가 수용해서 바꾼 거다. 그 과정에서 많이 부닥쳤다. 굉장히 노력해서 (서로) 설득을 했다"고 강조했다.
'김은경 혁신위(아래 혁신위)' 역시 설득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혁신위에서 만드는 안이 조금 과도하더라도 총선을 위해서 의원들이 수용해야하는 안이라면 최고위를 설득하고 그 토론에서 이겨야 한다"며 "(김상곤 혁신위는) 몇 시간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1호 혁신안으로 내놓은 '소속 의원 전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및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에 대해서도 "불가피한 고강도 처방"이지만 "혁신위가 책임감 있게 의원들의 불안이나 위기의식에 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 의원은 혁신위가 '설득의 시간'을 거쳐서 총선 공천 시스템과 당의 노선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윤석열 정부와 제대로 싸울 수 있다고 했다. 그 길이 당내 갈등 해법이자 민주당의 총선 승리 전략이라고도 했다.
자신이 이태원 참사 유족과 함께 행진하고, 이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단식에 들어간 이유 또한 '윤석열 정부와의 싸움'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친이재명계'인 그는 최근 '못다한 일을 하겠다'던 이낙연 전 대표에게도 그러한 '싸움'을 함께 하자고 말했다.
"국민 신뢰 잃어... 이재명 평가 아닌 민주당 평가"
- 지난 19일 이재명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지만, 직후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정당 지지도는 거의 그대로다.
"중간에 있는 사람들(중도/무당층)이 이재명 대표를 그만큼 신뢰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 대표가 (추가) 체포동의안이 왔을 때 법원에 나가서 사람들이 '진짜 하네' 할 때 효과가 나타날 거다. 어쨌든 우리 당이 신뢰를 많이 잃어버렸다. 위기다. 원인은 두 가지 다 있다. 첫째, 검찰이 지독하게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둘째, 그러면 딱 단결해서 싸워야 하는데 대선 패배 이후 우리가 분열해서 당내 권력을 갖고 다투니까 국민들 보기엔 못마땅하다.
외부 요인을 극복하려면 싸움을 제대로 해야 한다. 가령 (윤석열 정부가) 핵 폐기수 같은 일을 굴욕적으로 하는 태도를 국민들이 매우 지탄하는데, 민주당은 정말 사생결단으로, 진정성을 갖고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제가 이번에 단식하는 이유다. 내부 문제는 혁신. 그래서 혁신위가 구성됐다. 다만 혁신위를 통해서 내부 논쟁을 하면서도 위기 극복을 위해 하나로 단결해야 한다. 또 외부에서 싸움을 세게 하는 게 내부(단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최근 페이스북 글에선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가 과단성을 보이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 내부 갈등의 이유에는 당대표가 위기에 대응하는 태도의 문제도 있다. 돈봉투 사건은 국민들이 볼 때 굉장히 심각한 사건이다. 전당대회에 돈봉투가 왔다 갔다 했다는 건 당 전체가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는 사안이다. 송영길 대표의 기자회견을 기다릴 게 아니었다.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해서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야 대응방안을 단일하게 만들어 갈 수 있었다. 그런데 하지 않았다. 김남국 의원 문제도 되게 복잡하지만 신속하게 대응하는 태도를 보여야 했다. 국민에게 제일 중요한 건 태도다."
- 당의 현 주소를 점검하기 위해서라도 '이재명 1년'을 평가해야 한다는 이들이 있다.
"평가하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개인에 맞출 것은 아니다. 이재명 개인 평가가 아니라 민주당 평가다. 민주당이 어떤 노선을 취했고, 외부 공격에 어떤 자세를 취했는지, 그 속에서 지도부가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이렇게 보면 이미 다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