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10' 첫날 한국 팩트체크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와 SNU팩트체크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75개 국에서 550여 명의 팩트체커와 언론인, 학자 등이 참여했다.
IFCN 제공
첫날에는 한국 팩트체크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오마이뉴스>에서 '오마이팩트' 코너를 만들어 대통령 후보 발언을 검증했고, 지난 2017년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에서 SNU팩트체크센터를 만든 뒤 지금까지 32개 언론사로 늘어났다.
정은령 센터장은 "이전에도 오마이뉴스, JTBC 등이 팩트체크를 해왔지만,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여러 언론사들이 대선 후보에 대한 팩트체크를 시작함으로써 팩트체크의 대중화가 시작됐다"면서 "그간 해마다 팩트체크 검증 건수가 늘어나 4600건이 넘는 팩트체크 검증 결과가 쌓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허위정보 확산을 막으려고 시민 팩트체커를 교육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문해)' 프로그램인 '팩트체크넷' 활동 등을 지원했던 반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만드는 등 '사법적 대응'에 더 주력하고 있다.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오픈 네트워크(MILON) 최원석 대표는 이날 '한국 팩트체크 세션'에서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정부가 사용하면, 정치적인 도구로 사용되기 쉽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이라면서 "팩트체크 결과가 '가짜뉴스'로 불리는 사례를 우리는 미국 트럼프 정부 때 목격했다"고 꼬집었다.
박태인 <중앙일보> 기자도 "현재 한국 정부도 야당의 공세 중 일부를 가짜뉴스라 규정하고 소송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면서 "(진실의 판정 여부를 언론이 아닌 검찰과 법원 엘리트의 권위에 기대는) '진실 판정의 사법화' 현상을 드러낸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도 지난 2017년 대선 직후 팩트체크 기관일 뿐인 SNU팩트체크를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했다.
정은령 센터장은 "각각 무혐의 처분과 원고 패소로 끝나기는 했지만, 재판이 끝나기까지 1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면서 "팩트체크를 하는 기관으로서는 이러한 소송들이 활동을 위축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진실판정의 사법화' 경향을 비판했다.
그는 이날 개회사에서도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팩트체커를 환영하지 않는다"면서 "오직 증거가 이끄는대로 사실을 추구하는 것이 팩트체커들의 사명이지만, 막대한 사명감을 가진 우리도 지치고 때로 무력감에 사로잡힐 수 있다"며 팩트체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렇듯 권위적인 정부나 극단적인 이해관계자가 팩트체커를 위협하는 현상이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서울에 모인 전 세계 팩트체커들은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는 한편, 허위정보와 싸우는 데 효과적인 방법을 공유하고 학계와 플랫폼, 시민과 서로 협력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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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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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행사까지 열었지만... 한국은 '팩트체크' 위축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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