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에서 범람한 물이 하우스를 덮쳤다.
주민 제공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침수된 밭에) 가면 죽을 것 같은 심정이다."
지난 달 말, 집중 호우로 충남 예산에 물난리가 났다. 확인된 것만 두 곳. 시간당 44~46mm 가량의 비가 왔다고는 하지만 이만한 비에도 논밭이 침수된 것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지적이다.
6월 29일 오후 3~4시께 폭우가 내린 예산읍 창소리는 일대 1ha 정도의 논밭 그리고 과수원이 침수됐다. 시설재배하우스에 방울토마토, 쪽파 등을 심은 농민들은 비통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50대 농민 A씨는 "3시 50분부터 물이 차더니 2~3분 만에 일대에 홍수가 났다. 마치 바다 같았다"면서 "쪽파 종자를 널어놨는데 다 물에 잠겼다"고 말했다.
방울토마토를 심은 농민들은 더욱 억울한 심정이다. 며칠만 있으면 수확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상품성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토양이 침수돼 햇빛이 나오면 나무들도 죽을 가능성이 높다. 방울토마토 재배 농민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농민들은 하나같이 "석양배수문을 제때 열지 못해 침수됐다. 자동으로 된다고 하더니 고장이 나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뒤늦게 도착한 군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물이 차 있어 수압 때문에 배수문을 즉각 열지 못했다"면서 "당일 직원들이 각 읍면 위험지역을 돌아다니느라, CCTV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배수문이 제때 열리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21년 8월 31일~9월 1일 사이 큰 비가 내렸고, 개폐식 하천보를 닫아놔 수확을 앞둔 멜론과 오이를 재배하는 시설하우스 16동이 흙탕물에 잠겼는가 하면, 뒤늦게 배수펌프장을 가동해 논 3~4만여평이 물바다로 변했다.
군은 당시 CCTV로 수위를 보고 개폐하는 자동화시스템을 추진했지만 2년 뒤 '자동화개폐시스템'을 달았어도 똑같은 실수는 이어지고 있다.
집 앞마당까지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