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노동자가 그늘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길한샘
얼마 전, 점심 배달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TV에는 '폭염' 경보와 함께 온열질환 예방 기본수칙인 충분한 휴식과 충분히 물 마시기 등이 안내됐다. 그날은 낮 최고기온이 35도였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배달노동자는 충분히 휴식하고 있을까?
폭염에도 멈추지 못하는 배달노동자
요즘은 도로 위 아지랑이만 봐도 여름철 달궈진 아스팔트의 뜨거움을 느낄 수 있다. 신호 대기 시 잠깐 멈추는데도 옷에서 열기가 올라올 정도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더위라면, 차라리 끊임없이 배달하며 주행풍을 느끼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런 폭염에 속에서 쉬지 않고 일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정기적인 휴식이 없는 상태에서 몸의 이상을 판단하는 건 쉽지 않은데, 운행 중 현기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나를 포함해 수많은 배달노동자가 폭염에도 일하는 걸 선택한다. 왜냐하면 배달노동자에게 휴식은 '무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배달노동자의 임금은 100% 성과급이다. 하루에 배달 1건 이상을 완료하지 않으면, 그날 한 푼도 집에 가져가지 못한다.
사실, 휴식에도 돈이 든다. 음료수, 휴게 공간 등은 모두 비용이다. 근로기준법 안에 노동자에게 휴식은 '권리'이고, 법에 따라 회사가 모든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배달노동자에게 휴식은 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한여름 그늘에서 쉬는 배달노동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마땅히 쉴 곳은 없고, 돈을 벌러 나와서 돈을 쓰기에는 아깝다. 어떻게든 돈을 아끼고 싶어진다. 나도 한여름에는 편의점에서 물을 사서 근처 공원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곤 한다.
제도와 회사는 배달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왜 배달노동자는 이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까? 앞서 설명했듯, 배달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휴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는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근무하며 변화무쌍한 날씨를 견뎌야 하는 배달노동자에게 폭염과 같은 자연재해는 '산업재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바깥에 있는 배달노동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작업중지권'도 보장받지 못한다.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는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제도뿐만 아니라 회사도 배달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배달대행사는 배달노동자에게 폭염과 관련해 기상할증 등과 같은 '위험수당'을 제공하지만, 위험수당은 위험을 감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 위험을 피하라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 폭우가 내리던 날, 평소 배달료에 '기상할증'인 500원이 추가됐다. 빗길은 매우 미끄러웠지만, 당장 돈이 급해서 500원이 눈에 밟혔다. 그런데 빗물이 오토바이 엔진 높이까지 차올랐다. 엔진이 고장날까봐 결국 퇴근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