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 마하 마리암만 사원(Sri Maha Mariamman Temple)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사원.
안정인
관디 템플을 나와 몇 걸음 걷자 화려한 색감의 사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제일 오래된 힌두교 사원인 '스리 마하 마리암만' 사원이다. 사원 입구까지 늘어선 사람들은 웃통을 벗은 채 기도에 열중하고 있었다. 피워 놓은 향 때문에 뿌옇게 보이는 문 안 쪽으로 고개를 숙이는 사람, 나무줄기 같은 것으로 자신의 몸을 치는 사람, 손을 모으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다들 집중하고 있는 모습에 안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인도인들은 1877년부터 말레이시아 내 고무 농장의 노동자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중국인과는 달리 고무 농장의 계약직 노동자로서 농장에 소속되어 있었다.
중국인 커뮤니티처럼 파벌을 지어 세력을 늘리기에는 인도인 특유의 카스트 제도와 다양한 종교와 언어가 벽이 되었다. 인도인들은 고무 농장을 시작으로 벽돌 생산과 철도 노동자, 철도 관리자 등으로 자리를 잡게 되는데 그 시작점이 된 곳이 바로 '스리 마하 마리암만' 사원이다.
사원들을 둘러보는 것은 이쯤에서 만족하고 센트럴 마켓으로 향했다. 쿠알라룸푸르의 길에는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존재한다. 다만 그것을 따르는 현지인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대충 차가 없으면 건너고, 차가 오면 멈춘다.
횡단보도에 초록색 불이 켜졌다고 차가 설 것이라고 안심해도 곤란하다(많은 비율로 차가 멈추긴 하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도 보행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슬금슬금 지나간다). 센트럴 마켓으로 가는 도로 역시 차가 꽤 많았는데 눈치껏 건너는 현지인을 따라 우리도 빨간 불에 길을 건넜다.
1888년 영국 총독부의 주도로 현재 센트럴 마켓 주변이 시장으로 개발된다. 많은 상점이 모였던 공간은 1985년 해체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1986년 새 단장을 마치고 지금의 '센트럴 마켓'으로 변신했다. 마켓 안에는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다. 자연스럽게 뭐라도 사주겠다는 마음이 든다. 1층에는 공예품과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2층에는 말레이시아 전통 직물과 의류를 파는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언니, 이뻐요."
히잡을 쓴 50대 여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우리는 걸음을 멈췄다. 상업적 멘트라는 것은 알지만 한 번쯤 넘어간다고 문제 될 것이 뭐람. 정가표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니니 바가지를 쓸 확률도 있지만 그래도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옷을 뒤적였다. 마침내 집어 든 원피스 한 벌이 우리 돈 만 원. 나쁘지 않다.
"더 이상 돌아다니는 것은 무리야."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이쯤 해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너무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