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혼자라는 가족> 표지.
다람
<혼자라는 가족>에는 지극히 평범하게 혼자 사는 김보리 작가의 일상이 펼쳐진다. 특별히 부자이거나 가난하지도 유명하지도 않은 평범한 40대 여성이 거창한 이데올로기도 없이 다만 '관계의 노동'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자유를 누리는 이야기다.
모든 관계는 노동이다. 가족이나 직장에서 힘들게 유지되는 관계에 둘러싸여 살면서도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 같은 것이다. 그것은 정서적 유대감이나 인간관계의 유연함이라는 탈을 쓰고 사회가 유리에게 강요하는 노동이다.
비혼이나 혼자 사는 삶을 이토록 정확하게 지적한 구절이 또 있을까? 그래서 나는 <혼자라는 가족>이야말로 혼자 살기를 꿈꾸는 사람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비혼주의자를 '사회 부적응자'라거나 '부자연스럽게 사는 사람'이라고 치부하는 사람이 더욱더 읽어야 할 책이라고 권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인 나도 위급한 순간이 되면 한순간의 고민 없이 가족을 위해서 대신 목숨을 버릴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하는 고민의 99%는 내가 결혼함으로써 생긴 관계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것도 부인하지 못하겠다.
도스토옙스키의 <미성년>에 나오는 골고루끼가 한 말을 떠올려보자
"어머니, 가족의 사랑은 부도덕해요. 가족의 사랑은 어떤 행위에서 얻어진 것이 아니니까요. 사랑은 행위로 얻어져야 하는 거예요"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로 이루어진 가족은 본인의 선택이나 의지 그리고 사랑으로 얻어진 관계가 아닌데도 우리는 가족 간의 사랑을 의무화한다. 여기에서 가족 간의 비극이 탄생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우리 인간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 부모답지 않은 부모를 친고들의 부모다운 부모와 비교하게 되며 결국 자신이 사랑의 결실인지 오로지 순간의 쾌락 결실인지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너의 아버지이잖니? 맘에 들지 않더라도 잘해야지'라는 말은 얼마나 폭력적이고 무책임한 말인가?
결혼해 가족을 이뤘다고 해서 외롭지 않다던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산다고 더 외롭거나 하지는 않다. 외로움은 상대적 박탈감이 아닐까. 관계로부터 튕겨 나오고, 어디에도 내 것이 없다는 상실감이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부채질한다. 때로는 누군가에 대한, 아니면 어떤 것에 대한 그리움에 휩싸이면 여지없이 외로워지기도 한다. 옆에 남편이 있고, 아내가 있고, 친구가 있다고 해서 해소될 문제는 아니다.
나와 아내는 돌아가신 내 어머니에 대한 나의 애틋함과 그리움을 영원히 공감하지 못할 터이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 모두의 처지와 감정을 다른 구성원 들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터이다. 나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 속에서의 외로움은 혼자 사는 사람의 외로움보다 결코 작지 않으리라. 그러니 결혼하지 않으면 외로울 것이라는 충고는 삼가자.
<혼자라는 가족>이 혼자 사는 즐거움을 예찬하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갑자기 올 수 있는 죽음을 대비하여 어질러진 물건을 치워 놓고 나가기도 한다. 혹시 오늘 무슨 일이 있어 죽게 되면 누가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는 상황이 올까 봐 염려된다고 했다.
<혼자라는 가족>은 지극히 현실적으로 혼자 사는 삶을 평양냉면처럼 '심심하게' 이야기하지만 그 지독한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혼자 살기'의 모든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혼자라는 가족
김보리 (지은이),
다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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