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8일 오전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관계(지정학)를 통해 본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윤성효
"한반도는 평화 이외에는 길이 없다. 한반도는 연해지대이자 완충지대다. 한 쪽에 붙고 다른 쪽과 대립하면 한반도에서는 제2의 6.25가 일어나고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된다. 한국은 한미동맹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는 우호관계로 가야 한다. 양쪽과 끊임 없는 대화가 필요하다. 장래에는 남북 평화공존을 이룩해 한반도가 영세중립국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8일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제관계(지정학)를 통해 본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마산YMCA(기독교청년회)가 '101회 아침논단'으로 마련한 행사다.
호사카 교수는 "1988년 한국에 왔고, 일본보다 한국에 산 시간이 많다. 두 아들이 군대를 갔다 와서 사람이 됐다"며 "그런데 아내가 요즘 걱정이다. 두 아들이 예비군이기에 전쟁이 나면 싸우러 나가야 하기에 그렇다. 진짜 한반도에 평화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는 말부터 꺼냈다.
'지정학' 이야기부터 꺼낸 그는 "영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서는 엄청나게 연구를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는 것 같다"며 "지정학은 국제관계, 군사적인 방법으로 사용되고, 제국주의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발전해 왔다"고 했다.
1920년대 독일에서 잡지 <지정학>이 나왔고, 19~20세기에 독일·스웨덴에서 학자들은 "국가는 보다 약소한 국가를 흡수하며 성장하고, 국가의 생존은 힘이 우선이며, 해양국가가 대륙국가가 되려고 하고 최종적으로 절대적인 대륙국가가 세계의 바다를 동시에 지배하게 된다"는 이론을 폈다는 것이다.
나치 독일의 사상적 토대가 된 카를 하우스호퍼(1869~1946)의 '생존권 이론', 미국 해군 장교였던 알프레드 머핸(1840~1914)의 '해양국가 이론', 영국 해퍼드 매킨더(1861~1947)의 '대륙국가 이론', 미국 니콜라스 스파이크맨(1893~1943)의 '연해지대 이론' 등을 소개한 그는 "지정학은 본능적인 무기"라고 말했다.
그는 "대륙국가는 연해지대를 통해 바다로 나아가려 하고, 연해지대에서는 분쟁이 일어났다. 대국들은 해양국가와 대륙국가로 나뉘어서 서로 대립 관계에 있다"며 "공산주의, 자본주의와 이념적으로 싸우는 이면의 본질은 지정학적 싸움이다. 같은 이념을 갖고 있어도 그 안에서 주도권 싸움을 한다. 누가 대장이 되느냐, 누가 가장 좋은 자리를 갖느냐. 지금 세계 싸움의 논리는 이념보다 지정학적으로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해지대에서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데, 6.25와 베트남전쟁이 그렇다. 인도도 연해지대이고 그래서 계속해서 식민지가 돼 왔다. 연해지대를 지배하는 자가 유라시아를 지배하고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생각"이라며 "그래서 미국은 반드시 아시아에 오고, 한반도에 온다. 그것은 연해지대 때문이다. 미국의 목표는 미국에 있지 않고 어떻게 하면 세계 중심에 서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이 아시아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입구에서 큰 나라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해양국가이지만 연해국가가 돼 지배하려고 했을 때 미국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미국을 빼고 아시아에서 주변 국가들이 조직을 만들면 동맹을 분단시키려 하고, 끼어들려고 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아세안+3'"이라고 덧붙였다.
임진왜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을 설명한 그는 1905년 맺은 가스라-태프트 밀약을 언급하며 "해양국가 미국과 영국은 일본의 한국 지배, 대신 미국은 필리핀 지배를 교차 승인했던 것"이라며 "해양국가 세력이 하나가 돼 대륙세력을 완파하려고 한 사례"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와 관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