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의 신의주 대교 신의주 대교에서 필자
이재언
한국의 섬 13권 시리즈를 집필한 다음 지인들은 나에게 북한의 섬에 대해서도 집필해보라는 주변의 권유를 받았지만, 북한 지역 섬은 탐사는 물론이고 단순 방문조차 불가능해 포기했었다. 그러던 중 2021년 6월 '한국의 섬' 시리즈 2쇄가 나온 다음, 우리나라 고구려사 연구의 대가(大家) 서길수 교수의 권유에 힘입어 다시 펜을 들고 자료를 뒤져가며 집필을 시작했다. '북한의 섬'은 그렇게 꼬박 2년 가까이 매달린 산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3400개 섬 중에 446개의 유인도가 있지만, 북한에는 1045개의 섬이 있고, 그중 128개는 유인도다. '북한의 섬' 1권은 함경남도의 섬 12개, 함경북도의 섬 15개, 황해남도의 섬 35개로 총 67개 섬, 2권은 강원도 섬 14개, 평안남도 섬 15개, 평안북도 37개 섬 등 67개 섬으로 1, 2권 합하면 총 128개 섬이다. 이 섬에 대한 역사, 문화, 인문, 사회, 지리, 군사, 생태, 간척, 경관, 교육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자료를 찾아 기록을 남겼다.
필자인 저의 눈에 비친 북한의 섬은 어떤 모습일까? 남한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은 무엇일까? 북한의 등대지기나 교사가 평생 한 섬에서 근무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전교생이 몇 명뿐인 분교에서 평생을 근무하면서 헌신해온 교사가 있는가 하면, 자녀 2~3명을 데리고 20~30년 동안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작은 섬의 등대지기도 있었다. 그 섬은 알섬, 서도, 자매도, 납도 등이다. 문명의 이기에 깃든 현대 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 북한에는 아직 남아 있던 것이다.
필자가 한국의 모든 유인도서는 직접 배를 타고 섬을 답사한 다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출간하였지만 답사가 불가능한 '북한의 섬'은 문헌 자료에 크게 의존했다. 그래서 이 책은 학문적 연구서가 아닌 서사적인 역사 문화적 사료로 봐주시길 바란다. 최초로 시도되는 '북한의 섬' 연구를 통해 경색된 남과 북이 평화와 화해의 물꼬가 터지고 남북한이 함께 섬을 연구하는 문화의 지평이 널리 확대되기를 바란다. 오늘도 고향을 잃어버린 수많은 실향민에게 작은 위로와 소망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