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은평시민신문
검찰이 전동휠체어로 보행자에게 부상을 입힌 뇌병변 장애인을 법정 최고형으로 약식기소하자, 장애인 측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불복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은 지난 1월 과실치상 혐의를 받는 A씨를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벌금 500만 원은 과실치상 범죄에 처할 수 있는 최고형(형법 제266조 제1항)이다.
A씨는 지난 2월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이 검찰의 약식기소대로 판결하자 사흘 뒤 정식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두 차례 공판이 열렸고 A씨는 오는 19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약식기소는 처벌 수위를 벌금형으로 판단한 검사가 법원에 공판 없이 바로 판결해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통상 법원은 검사의 약식기소대로 판결(약식명령)하는데, 피고인(약식기소 전 피의자)은 이에 불복해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검찰 "주의 의무 위반"... A씨 측 "장애 특성 고려해야"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10월 14일 오전 9시 30분께 경기 군포의 한 사거리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우측에서 같은 방향으로 걷던 비장애인 B(77)씨와 부딪혔다. B씨는 휠체어 바퀴에 발을 밟혀 전치 9주의 골절상을 입었고 A씨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은 "모든 보행자는 횡단보도에서 안전한 거리를 두고 충돌을 미리 예방하여 안전하게 보행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며 "피고인(A씨)이 107kg 중량의 보행보조용 의자차(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는 중이었으므로 다른 보행인의 안전에 더욱 주의했어야 함에도 피해자(B씨)를 발견하지 못했고 그 결과 전동휠체어의 제동조차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A씨 측 변호인(전정환 변호사 등)은 재판을 통해 "피고인(A씨)은 휠체어 속도를 성인 여성의 평균 보행속도와 비슷한 1단(시속 2~3km)로 두고 천천히 일직선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피해자(B씨)의 발이 밟혔다기보다 B씨의 동선 변경 과정에서 휠체어와 B씨의 복사뼈가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반박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A씨를 지원하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에 따르면, 2008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A씨는 휠체어 없인 거동할 수 없는 뇌병변 장애인(기존 5급)이다. A씨 측은 전동휠체어를 '차마(車馬)'가 아닌 '보행자'로 규정하고 있는 도로교통법(제2조 제10·17호)의 취지와 장애인의 특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에게 자동차·자전거를 이용할 때와 같은 주의 의무를 지워선 안 된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거나 휠체어를 즉시 제동하기 어려운 A씨에게 비장애인과 같은 주의 의무를 요구하는 건 장애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휠체어는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장애인에게 신체 일부인 다리를 실질적으로 대체하는 기구다. 단지 휠체어가 무겁다는 이유로 장애인의 주의 의무가 강화된다고 보고 법정 최고액을 부과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동안 비슷한 사고의 법률지원 사례를 종합하면, 주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따라 치료비·합의금을 지급했고 부득이하게 형사 고소가 진행돼도 장애 특성을 고려해 낮은 벌금의 약식기소가 대부분이었다"며 "이 같은 사고가 형사 처벌로까지 이어진다면 장애인들은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고 전동휠체어 없이 일상을 이어갈 수 없는 이들은 크게 위축된 삶을 살 수밖에 없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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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휠체어 사고 장애인에 법정 최고형 벌금... "매우 이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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