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 KBS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와 관련한 KBS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의철 KBS 사장의 운명이 위태롭다. 윤석열 대통령의 윤석년 KBS 이사의 해임안 재가로 이사회가 재편되면, 김 사장에 대한 압박은 거세질 전망이다. 김 사장은 KBS 기자협회 내부에서조차 절대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TV수신료 분리징수 철회를 조건으로 사퇴하겠다던 김 사장의 제안이 결과적으로 악수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윤석년 KBS 이사 해임, 이사회 개편 가속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리투아니아 현지에서 윤석년 KBS 이사 해임건의안을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1일 전체회의에서 TV조선 재승인 심사 의혹으로 기소된 것을 명분 삼아 윤석년 KBS 이사 해임 건의안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즉시 재가했다.
야당 측으로 분류되는 윤석년 이사가 해임되면서 KBS 이사회도 변화가 생겼다.
KBS 이사회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에 임명된 이들로, 현재까진 야권 측 우위 구도(여 4, 야 7)가 유지돼왔다. 하지만 윤 이사의 해임으로 야권 인사 1명이 빠지면서, 여 4(권순범, 이석래, 이은수, 김종민), 야 6(남영진, 이상요, 김찬태, 류일형, 정재권, 조숙현) 구도가 됐다. 대통령이 새 이사를 선임하게 되면 이사회는 여 5, 야 6 구도가 된다.
이런 가운데 보수 성향의 KBS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야권 측으로 분류되는 남영진 이사장의 불법적인 법인카드 사용 의심 정황을 제기하면서 남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남 이사장은 즉각 입장문을 내 "정체불명 물품이라 주장하는 것은 '곶감(명절 선물)'이며, 홈페이지에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공개돼 있다"고 반박하며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만약 방송통신위원회와 대통령실이 이를 빌미로 남 이사장 해임을 강행하고, 새 이사를 선임하면 이사회 구도는 여권 측 과반 구도(여 6, 야 5)로 뒤집힌다. 김 사장의 사퇴를 주장해온 여당이 바라는 구도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이사회는 김의철 사장의 해임 건의안을 의결(과반찬성)할 수 있다.
KBS 기자협회원 47%가 사퇴해야... "리더십 부재"
이런 가운데 김 사장은 KBS구성원들로부터도 외면 받고 있다. KBS 기자협회가 지난달 23~26일 KBS 기자협회 회원 4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장 사퇴 관련 설문에서 사장 사퇴 요구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220명(52.63%), 찬성은 198명(47.37%)으로 집계됐다. 사퇴 반대는 사태 찬성보다 고작 5%p 정도 높았다.
보도국 기자들의 사퇴 여론이 높은 것은 기자 출신인 김 사장에겐 뼈아픈 대목이다.
이같은 여론에는 TV수신료 분리징수 국면에서 김 사장의 미흡한 대처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철회하면 사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사장직 사퇴와 분리징수는 별개 문제'라고 맞받았고, 분리징수 시행령은 12일 공포됐다.
수신료 분리징수는 지난 3월부터 추진돼 왔지만, 분리징수에 호응하는 여론을 뒤집을 만한 명확한 대안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사장의 조건부 사퇴 선언 이후 KBS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해졌고, 리더십도 부재한 상태가 됐다는 게 보도국 기자들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