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지난 2020년 3월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역 대합실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시가 제안한 사회적 거리두기 ‘잠시 멈춤’ 캠페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유성호
2020년 2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정부와 보건당국은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방역수칙을 발표하였고, 2020년 5월 경기도, 인천, 서울 세 지방자치단체장은 앞다투어 자영업 사업장에 대해 강제폐쇄와 다름없는 집합금지 행정조치를 단행하면서 방역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 홍보했다.
정부의 거리두기, 자영업자의 몰락
영업금지·제한 업종 구분, 집합제한 면적당 인원 수 규모, 집합금지 시간 등 세부적인 집행 내용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과학적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고, 집합금지조치의 기준은 마구잡이로 늘어나고 줄어드는 고무줄처럼 신규 확진자 수 증감과 여론의 추이에 따라 오락가락할 뿐이었다.
더욱이 코로나19 감염 확산 예방 차원에서 이루어진 집합금지 처분에 손실보상 근거가 부재했다. 결국, 시장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국가가 경제활동을 억제하면서도 이를 보상하지 않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가장 어처구니 없었던 것은 꼭 자영업에 대한 집합금지·제한조치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보건당국에서 방역수칙 수립을 위해 위원회를 구성, 단계별 집합금지 업종을 구분하였으나, 이때 당연히 고려되어야 할 업종별 확진자 수 통계는 무시한 채 집합금지·제한조치가 2년 넘게 지속되었다. 그 결과는 자영업자 다수의 몰락이었다.
570만 자영업자들을 살리기 위해선
자영업의 몰락과 부채 증가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자영업자 부채는 1000조 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미국 국방부 예산에 맞먹는 규모이다. 전체 자영업 대출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다중 채무자가 되었으며, 전체 자영업자 중 10%는 사업으로 번 돈을 대출 원금과 이자에 모두 충당하고, 매장 운영비와 생활비를 위해 또다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악순환 속에 놓여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종식되었음에도 각종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물가 인상, 소비심리 위축, 전기료 및 가스료 인상 등은 자영업 회복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22년 대선 양강 후보는 이구동성으로 자영업자 100조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하였고, 지금 정부의 인수위원회에서는 자영업자 부채 해결을 위해 배드뱅크 설립을 제안하였다. IMF 당시 대기업과 은행 회생을 위해 자산관리공사 설립, 국채 발행 등의 정부 노력으로 IMF를 졸업한 것과 같이 배드뱅크 등을 통해 자영업자 부채 감소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자영업자의 고정비 부담을 줄여야 하며, 자영업자가 신나게 장사할 수 있도록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소비 진작 행사 및 캠페인, 지하철 버스 운영 시간 확대 등을 요구한다.
로크의 사회계약론에 따르면,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있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2년여 간 요구된 집합금지, 집합제한 행정처분과 그에 따른 희생을 묵묵히 감수한 자영업자의 부채 감소, 매출 향상을 위해 정부가 자영업 회생 프로젝트를 수립·추진하기를 요구한다. 특히, 정부는 내수 경제 활성화, 빈부 격차 완화야말로 선진국 지위 유지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고, 570만 자영업자의 경제적 회복은 이에 필수불가결한 요건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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