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리 마을의 한 비닐하우스 안, 농기구들이 뒤집어져 있다.
충북인뉴스
꿀럭꿀럭, 화장실에서 이상한 소음이 들려왔다. 강둑이 터져서 변기 물이 역류하고 있었던 것. 잠귀가 밝은 아내 덕에 물난리를 남들보다 몇 분 더 빨리 알아챈 이아무개씨는 집 밖으로 서둘러 나왔다. 부랴부랴 강아지와 가족을 챙겼다. 그 아비규환 속에서 이씨는 지병이 있는 이웃 주민들을 떠올렸다.
집 밖에 물이 넘치는 줄도 모르고 자고 있던 이웃 김아무개씨는 이씨의 부름에 깨어났다. 문을 열자 집안에 물이 쏟아졌다. 핸드폰도 챙기지 못하고 몸만 간신히 건사한 채 마을을 빠져나왔다.
집 밖을 빠져나와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가슴께까지 물이 차올랐다. 119에 전화를 해 아직 대피하지 못한 노부부를 구해 달라 요청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구급대원들은 오지 않았다.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한 이씨의 아들은 옆집 노부부를 구하기 위해 다시 물살을 헤치고 나섰다. 두 노인의 손을 꼭 잡고 이들을 구해온 모습은 어느 구조 요원, 소방관 못지않았다.
"119에 신고를 해도 안 와. 다른 곳에도 구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아 여기(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리)에 올 여력이 없다는 거야. 아무도 나서질 않는데 우리 아들이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을 끌고 같이 나왔어."
오송읍 복지회관 임시 거주시설에 머물고 있는 이씨는 당시 15일 수해현장을 담담히 이야기했다. 이씨는 "두 어르신이 '절대 이사 가지 말라'더라, 옆집에 살며 은혜를 갚겠다며 아들의 두 손을 꼭 감쌌다"고 말했다.
수해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한 건 방송도 재난문자도 아닌 마을 주민 간의 관심과 애정이었다.
가슴까지 차오른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