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암.시골집 마당과 같이 푸근함을 주는 곳.
이상헌
염불사를 나와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도솔봉 방향으로 한동안 걷다보면 영원암을 거쳐 용굴암을 구경할 수 있다. 도솔봉과 용굴암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근사하므로 놓쳐서는 안 되는 코스다. 매월정 방향으로 가면 정상까지 빠르게 오를 수 있지만 길이 험해서 추천하지 않는다.
비탈 옆으로 난 소로길이 흡사 잔도(절벽에 구멍을 내고 만든 다리)를 걷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며 돌계단길을 돌아가면 영원암이다. 절이 아니고 마치 시골집 마당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뜨락에 약숫물이 나오므로 그런 분위기를 배가 시켜주고 있다. 나한전 뒤편으로 돌아가면 모자의 챙과 같이 생긴 갓바위가 황자굴이다.
명성황후가 피신처로 삼았던 용굴암
영원암을 뒤로 하고 도솔봉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보면 오른쪽 샛길로 용굴암 가는 팻말이 서 있다. 이번 산책기에서 빼 놓으면 섭섭한 장소이므로 들렀다 가자. 조금만 내려가면 되므로 진행을 방해하지도 않는다. 벼랑 위에 지어진 암자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상당히 멋진 곳이다.
▲ 바위 행렬 따라 인생샷 남기는 곳, 바로 여깁니다 ⓒ 이상헌
일제가 조선을 집어삼키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당시, 대한제국은 안동 김씨의 60여 년 세도정치로 나라가 병들어 있었다. 섭정을 하던 아버지 흥선대원군을 권좌에서 축출한 고종과 명성황후는 청나라와 러시아를 끌어들여 일본을 견제하면서 점진적인 개화정책을 펼친다. 또 한편으로는 외척인 민씨 일가를 대거 기용하면서 세도정치의 악습을 이어갔다.
민씨 일파는 부정축재에 여념이 없었다. 군대의 봉급마저 1년 넘게 지급하지 않았으며 13개월 만에 쌀로 대신 주었으나 이마저도 모래를 섞어 구식 군대를 분노케한다. 조선 곳곳에 만연한 부정부패로 관리가 군인들의 봉급을 착복한 것이다. 이에 군부가 민씨 세력을 처단하려고 봉기한 사건이 임오군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