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남도서산의료원 응급의학과 신재복 센터장.
최미향
인간 총체에서 만날 수 있는 선과 악,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헤르만 헤세. 그를 좋아하는 서산의료원 응급의학과 신재복 센터장. 여전히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응급실에서 그의 24시간은 바쁘기만 하다.
그는 응급실에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환자들을 대할 때마다 헤르만 헤세를 떠올리며 "생과 사의 골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고, 그 안에서 어떻게 성장하느냐는 것을 깊이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긴장의 연속인 응급실에서 천편일률적으로 환자를 대하게 되는데 그 안에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 14일, 서산의료원 응급의학과 신재복 센터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서산이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했다. 응급실에 오시는 분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
"평일에만도 하루 100명 정도의 환자들이 오시는데, 그중에서도 주로 80대 이상의 고령 환자가 많다. 물론 독거노인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젊은 사람 중에서는 교통사고가 많고, 다치고 깨지고 이런 사람들이 그 뒤를 잇는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검사하면 뭐라도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독거노인은 보호자를 찾아야만 문제가 해결되는 부분도 많다. 가령 여기서 치료가 안 돼서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할 때, 보호자가 없으면 수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여기서 검사하고 입원하려고 할 때도 보호자 동의 없이 함부로 하기도 어렵다.
뿐만 아니라 대학병원 규모의 설비나 인프라가 안 되다 보니 보호자가 있는 것만큼 빠르고 깔끔하게 진행되지 않아 에너지 소비가 많다. 애로사항이라면 환자들이 이곳을 대학병원 수준으로 생각하고 최종 목적지로 알고 온다. 물론 이곳이 최종 목적지가 될 수도 있지만, 능력 범위를 벗어나면 안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치료가 안 될 거라고 기대를 낮추고 왔어도 치료가 될 수 있는 부분들도 있다. 어쨌든 그런 괴리감에서 오는 갈등들이 내재되어 있다."
- 의료진과 환자 간에 조금은 갈등이 일어나는 곳이 응급실이라고 하는데.
"의료진과 환자 간의 협조가 잘 이루어져야 되는 곳이 특히 응급실이라고 생각한다. 저희도 조금 더 친절하게 다가가고, 환자들도 응급실에 대한 개념을 좀 더 잘 이해하면 문제 없다.
먼저, 환자가 들어 오면 저희는 '접수부터 하고 오세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람을 돈으로 본다'라고 한다. '차갑고, 돈 밝히고, 비싸고, 빨리 안 해주고...' 이것은 오해다. 모두 전산화되어 있어 접수를 해주셔야 빨리 검사를 해드릴 수 있다. 순서를 빨리 앞당겨 드릴 수도 있고, 검사 처방과 약도 드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여러분을 도와드리려고 하는 것이니 그런 것들에 대한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다. 그나마도 서산의료원은 일반 대학병원이랑 비교하면 친절하게, 정말 빨리, 열심히 도와드리는 편이다. 이런 것들에 대한 인식이 조금 더 바뀌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