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권영준·서경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이 문제에 대해 말해야 할 사람과 기관의 침묵이었습니다. 동료 교수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심정으로 지켜만 봤습니다. 가장 큰 이해 관계자 중 하나인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사실상 직역침탈을 당한 변호사들이 가만 있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조용했습니다. 대학은 교수들이 어디 나가서 단돈 몇 만 원을 받아도 김영란법에 의해 신고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정작 이 사건에선 말이 없었습니다.
누구에겐 10여 년 전 자식 입시와 관련된 문제를 들추어 내 멸문지화를 만들어냈던 검찰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습니다. 이런 문제라면 당사자 집 앞까지 찾아가 장사진을 치며 보도에 열을 올리던 언론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저는 이것을 '침묵의 카르텔'이라 부르겠습니다. 카르텔은 이런 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낍니다.
문제제기와 파장...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 저로서는, 아니 우리로서는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기까지 온 것도 적지 않은 소득입니다. 사실 권 대법관의 경우는 무난하게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칠 것으로 누구나 예상했습니다. 설혹 서울대 교수가 의견서를 써주고 돈을 받았다고 해도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게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뚜겅을 열어보니 그가 국회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그것이 가장 큰 변수였습니다. 그것 때문에 청문보고서는 지연됐고, 본인은 자신이 번 돈을 사회환원하겠다는 약속까지 했습니다. 국회의원들도 분명 문제는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물난리에 정쟁을 하는 모습이 표에 도움이 안 된다는 계산이 섰는지 막판에 타협하고 말았습니다. 당사자로선 마지막까지 피말리는 과정이었을 겁니다. 이렇게 된 것은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된 우리들의 여론 형성 때문이었습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문제 제기가 이뤄졌고, 여기에 존경하는 몇 분 동료 교수님들이 참여해줬습니다. 이것을 일부 진보언론이 받아 기사화했습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일부 의원이 이것을 토대로 청문절차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그것이 결국 국회 동의를 쉽지 않은 상황으로 몰고 갔습니다. 급기야는 일부 보수언론까지 문제의 심각성을 보도하고 사설까지 썼습니다.
이렇게 우리들이 만들어 낸 여론이 실제 정치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소셜미디어 담벼락에 몇 글자 끄적인 것이 이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는 것만도 대단한 일 아닙니까. 저는 가끔 소셜미디어 등에 글을 쓰는 것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런 일을 경험하면 적어도 당분간 굳건히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권영준 대법관과 정부 그리고 정치권에 호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