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앞에서 1학년 교사의 죽음에 가슴 아파하며 애도의 메시지와 국화꽃을 놓고 있다.
유성호
숨진 교사에 대한 애도는 이날 오전부터 이어졌다. 오전 10시 30분께 이미 약 500미터에 달하는 S초 학교 담벼락은 모두 근조화환으로 둘러싸여졌다. 화환을 배달하던 박아무개씨는 "저희 가게에만 400개의 조화 주문이 들어왔다"며 "오늘 과천에 있는 모든 조화가 여기에 다 들어올 것 같다. 내일도 예약이 가득 찼다"고 말했다. 더이상 화환을 놓을 공간이 부족해 일부 화환은 겹쳐져 놓이기도 했다.
근조조화 리본에는 "작년 담임선생님이라 행복했어요. 사랑을 가르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살아계실 때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S초 정문과 담벼락 등에는 학부모부터 교대 재학생, 선배교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가 가득했다. 특히 교사들이 남긴 메시지가 많았다. 2년차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라고 밝힌 교사는 포스트잇에 "교사가 정당한 생활지도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적었다. 또다른 추모자는 "힘든데 왜 꾹꾹 참고 있었어. 술 마시자고 불러냈어야지"라며 "혼자만 끙끙 앓게 해서 미안해"라며 안타까워했다.
자신을 20년 차 교사라고 밝힌 B씨는 정문 앞에 붙은 추모 메시지를 읽다가 오열했다. B씨는 "저도 5년 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5년 전보다 더 심해진 상황"이라며 "편지에 '발령 이후 단 한 번도 행복하지 못했을 이 곳'이라는 표현이 너무..."라며 흐느꼈다. 이어 "(5년 전과 지금 모두) 교사를 보호할 장치는 하나도 없다"며 "사람이 그만두지 않는 한, 죽어야만 누군가 들어주는 상황이 됐다는 게 너무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교육부를 향해 성토를 쏟아놓은 그는 "교사 보호장치 좀 제발 만들어달라"며 "최소한 저희(교사)가 목숨은 부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명이 위협당하는 현실에서 어떤 사람이 마음 편히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현직교사 C씨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교사의 지도를 문제삼지 않는다. 하지만 극소수의 학부모들은 정말 교사를 힘들게 한다"며 "학부모님들도 여기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내주셔야 한다.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