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과 소방이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일대에서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해병대 장병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청 "물밖 도보수색구역 협의했었다"…해병대 "일방적 주장, 수사 사항"
(예천=연합뉴스) 김선형 윤관식 박세진 황수빈 기자 = "물에 들어가도 좋다."
지난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과 중대원들에 대해 해병대측이 14박 15일 포상 휴가를 당근으로 급류 속 맨몸 수색을 사실상 독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전날까지만 해도 채 상병과 동료들은 강변에서 도보로 육안 수색을 하며 물에 발도 담그지 않았다.
그러나 사고 당일 채 상병과 중대원들은 실종자 수색을 위해 보문교 내성천에 입수했다.
수영을 '잘'하지 못했던 포병대대 채 상병도 전우들과 함께 물속에 들어갔다. 수심은 발목 깊이에서 시작해 점차 허리 깊이 물속까지 깊어졌다. 그 누구도 강요하지는 않았으나, 어떠한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따금 간부들이 "허리보다 깊은 곳에는 가지 마라"고 외쳤다고 부대원들은 전했다.
◇ 공식적인 수영 훈련 단 한 번…전우 "채수근 상병, 수영 못했다"
채수근 상병은 수영을 잘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전우들은 기억했다.
한 전우는 연합뉴스와의 비대면 인터뷰에서 "물에 빠졌던 나머지는 대부분 약간의 수영은 할 줄 알았으나, 채수근 해병은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랐다"며 "해병대에서 수영을 배운 건 훈련소에서 하루 배운 게 전부"라고 했다.
그러면서 "포병대대 특성상 물에 갈 일이 없다"라며 "수중 수색 경험은 사고 당일이 처음이었다"라고 말했다.
비극이 발생한 19일의 강변 수색 작전은 오전 8시 30분에 시작됐다. 전날까지는 경북 예천에 폭우가 쏟아졌다.
지켜보던 어른들은 삽과 장화에만 의지한 위험천만한 수색을 사진으로 남겼다.
9명이 한조로 '3×3' 바둑판 모양으로 대열을 맞춰 강바닥에서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이들의 손엔 삽이 한 자루씩 들려 있었다.
오전 9시 3분께 사고는 눈 깜짝할 새 일어났다.
1열에 있던 병장과 채수근 상병, 그리고 일병이 물속에 '우수수' 빠졌다.
2열에 있던 전우들이 1열의 세 명의 병사에게 삽을 뻗쳐주다가 다 함께 물에 빠졌다.
3열 등 뒤에 있던 이들도 삽자루라도 던졌다고 한다.
수영을 할 줄 아는 이들은 배영으로 간신히 빠져나왔다.
◇ "빨간 해병대가 떠내려간다"…해병 '9시 3분' 첫 신고 존재 몰랐나
목격자들은 채 상병이 일반 성인 남성이 물 밖에서 달리기하는 속도로 떠내려갔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를 목격한 주민에 따르면 부사관 1명이 급하게 현장에 있는 누군가를 부르며 달려가자 모래 위에 있던 하사 등 간부 3명도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 시각 사고를 목격한 또 다른 누군가는 물 밖에서 119상황실에 신고했다.
119상황실에는 19일 오전 9시 3분 "커피숍에 있는데 빨간 해병대가 떠내려간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소방 당국은 오전 9시 8분께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으며, 선착대가 오전 9시 26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해병대 측은 당시 이 신고 유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의 한 부사관은 오전 9시 11분께 먼발치에서 상황을 목격한 주민과 당시 막 사고 현장 인근에 도착한 연합뉴스 기자에게 다급히 "119, 119"를 외치며 신고를 요청했다.
지휘관의 휴대전화 유무와 사고 발생 즉시 신고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 불가'로 일관했다.
한 부대원은 "현장에 있던 간부는 대부분 하사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육군 2작전사령부와 50사단 측은 해병대 안전 수칙은 현장지휘관이 결정한다고 연합뉴스에 알렸다.
사실상 군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하사'들이, 거기다가 수중 수색 경험이나 지식이 없는 포병 소속이 폭우 직후 강변 수색을 지휘했다는 의미로 들리는 말이다.
◇ 도보 수색 아닌 '수중 삽질' 왜 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