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대상학생들이 수업 받는 교실
박성식
'선택'이 아니라 '고민'할 일입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맹아학교를 설립한 로제타 홀은 의료선교사로 1891년 조선에 들어왔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환자로 온 시각장애 소녀를 만났는데, 그녀를 가르치기 위해 기름종이에 바늘로 점을 찍어 점자책을 만들었습니다. 근대 장애인들의 비참한 삶을 목격한 로제타는 장애인을 위한 학교 설립을 결심했습니다.
1900년 정진소학교가 설립되자 로제타는 그 학교 부설로 맹인 학급을 만들었습니다. 맹인 학생들은 낮에는 일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방과 후에 점자 교육과 직업 교육을 받았습니다. 즉 우리나라 최초의 특수교육시설은 통합교육 형태였습니다. 단순히 시설 조건 때문이 아니라 로제타가 통합교육에 대한 소신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가 쓴 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처음부터 항상 맹인 소녀들과 정안 소녀들을 함께 가르치고 그들과 함께 섞여 어울려 놀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여겨왔다. (...) 맹인을 위한 시설의 규모가 큰 이유는 맹인들이 오랫동안 사회에서 제외당하고 무시되어왔음에 의거한다. 박애주의자들은 처음으로 생각해낸 것은 특별 수용시설에서 맹인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맹인들이 필요로 하는 근본적인 것이 아니며 맹인들과 일반 사람들에게 모두 손해되는 것이다. 비로 도처에서 특수교사가 지탱되고 있으나 특별 수용시설보다 특수교사가 비용이 적게 든다. 맹아들과 정안 아이들을 함께 접촉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허물없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안 아이들은 맹아들의 약점을 접했을 때 친절을 베푸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러면 어느 쪽이 더 유익한 것이 되겠는가?
우리나라 특수학급은 1971년 초등학교에 처음 만들어져, 1979년에 중학교, 1996년에 고등학교에 설치되었습니다. 2022년 현재 특수교육 대상자 10만 3695명 중 72.8%인 7만 5462명이 일반학교에 다닙니다(2022년 특수교육통계, 국립특수교육원). 특수학교보다 일반학교에서 훨씬 많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다니고 있고 함께 하고 있습니다.
통합교육과 관련된 연구에서 통합교육 장애 요인에 대해 진로와 진학 위주의 교육체제, 비장애학생 위주의 수업, 학교 구성원의 적은 관심 등을 꼽습니다. 물론 이러한 요인들이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할 수 있는 이유를 찾고 싶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궁금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행동의 이유가 무엇인지, 변하려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알고 싶습니다. 이것을 하려면 만나야 합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과 직접적, 지속적으로 만나야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과 교사의 접촉면이 넓어져야 합니다. 많은 연구에서 통합교육을 위해 교사 연수가 필요하다고 언급합니다. 그러나 연수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만남'입니다. 이 특별한 만남은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첫째, 학생을 공부해야 합니다. 그들의 행동은 의도를 가졌다기보다는 사람마다 다른 뇌의 형태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발달된 뇌과학 연구를 공부하면 이해의 수준이 높아집니다. 둘째, 아이들이 가진 강점을 찾아야 합니다. 문제라고 여겨지는 행동 속에 감춰진 강점을 찾기 위해서는 아동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셋째, 그들에게 가장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수많은 학생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학교에서 쉽지 않겠지만 '관계'로 풀어가면 답이 보입니다. 교사와 주변 학생들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이해하면서 친해지고, 쉽게 해결하지 않고 기다리면서 함께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학교를 개선하기 위해서 특수교육의 관점으로 교육을 재구조화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개별성과 다양성을 존중하여 각자에게 맞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통합교육입니다. 통합교육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떻게 같이 살아가야 할지 '고민'할 문제입니다. 함께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학교에서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것입니다. 당위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 가리지 않고 모르는 사람은 모두 배워야하는 것이자,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교육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에서 이야기를 만듭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