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감상OTT 드라마 셀러브리티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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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폭우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다. 한낮 기온이 36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니 휴가에 대한 기대가 열기에 녹아버리는 듯하다. 더불어 '휴가철 피서객 1억명 이동한다...하루 차량 523만대씩'이라는 기사 제목은 여행에 대한 기대를기겁으로 바꿀 만큼 강력한 기운을 풍긴다.
2023년 여름, 과감하게 일본 여행을 계획했지만, 아이들 여권 만료를 뒤늦게 발견해 접었다. 아이들 기대 충족을 위해 제주도 여행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항공, 호텔을 예약하고 파워포인트로 제주 투어 일정표를 만들었다.
제주도 여행 일정 중반에 아내의 대학원 졸업식이 있다는 사실을 당사자도 가족도 뒤늦게 떠올렸다. 일단 취소. 항공료 환불 수수료 3만 5천원을 내고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니 반드시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 떠나는 여행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아이들을 위한 여행' 목적을 제외하면 사실 부모에게 큰 의미는 없다. 무더위와 스트레스에 지친 부모는 쉬는 날 집에 가만히 누워 있을 때가 제일 편안하다.
아이들은 올여름 교회 수련회를 두 번이나 간다. 덕분에 가족 휴가 원점에 대한 타격이 크지 않았다. 일본, 제주도는 아빠의 괜한 호들갑이라는 걸 깨달았다. 가족과 함께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올해 휴가는 계곡에서 하루, 워터파크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무더위와 인파를 조금이나마 피하고자 8월 중순 이후로 일정을 잡았다.
바쁜 자녀, 한가해진 부모
아이들이 중학교 1, 3학년이 되니 바빠졌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고, 이번 방학부터는 주말에도 학원에 다닌다. '아빠 심심해요. 놀러 가요. 쇼핑가요' 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주말이면 무조건 아이들과 뭐라도 함께 해야지'라는 나의 다짐도 무용지물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덕분에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방에서 휴식을 취하는 나만의 즐거움을 찾았다. 올해 한 모임에서 OTT 문외한으로 극한 소외감을 느낀 후 드라마 몰아보기에 동참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자마자 'OTT 볼 시간에 책이나 읽지'라던 마음이 돌변했다.
올해부터 OTT를 접해 가끔 영화만 봤다. 모임 사건 이후인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리즈 시청에 돌입했다. 뒤늦게 시청자가 된 덕분에 볼거리가 넘친다. '더이상 볼 게 없어!'라는 주변 사람의 볼멘소리가 무색할 정도로 골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토록 즐거운 세상이 있다니 놀랍다. 특히 기다릴 필요 없이 1편부터 결말까지 논스톱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행복하다.
난생처음으로 OTT 바다에 빠져 드라마 정주행 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오프라인 휴가를 길게 가지 않으니 틈틈이 연차와 반차를 쓰고 또 주말을 이용해 OTT와 함께 휴식을 만끽하고 있다.
막장을 완주한 이유는 '대리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