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시아드대회청두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리고 있는 룽취안 수영경기장 주변
임병식
중국은 청두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모든 행정력을 쏟아부었다. 파란 청두 하늘은 상징적이다. 평소 청두는 대기 오염이 심각하다. 베이징에 비해 오염원은 적지만 분지라서 대기 흐름이 원활치 않다. 중국 정부는 대회를 앞두고 오염원을 줄이는 데만 500억 원을 투자했다. 보조금을 지급해 공장 가동을 단축하고 차량 5부제를 시행했다. 이 때문에 주경기장이 위치한 청두는 물론이고 인접 도시는 가을 하늘을 연상케 했다.
또 수영과 수상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롱취안(龍泉) 주변 도로 역시 빠른 시일 내 개통했다. 획일적 통제 때문이라고 폄하할 일이 아니다. 중앙정부가 주도하고 불편을 감수하려는 시민들 의지가 어우러진 결과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어떠한가. 대회 유치이후 6년이란 시간이 있었다. 또 1000억 원이 넘는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했다. 전북도와 잼버리조직위 인사들은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핑계로 그동안 99차례에 걸쳐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그럼에도 성적표는 참담하다.
폭염과 날씨를 탓할 게 아니다. 이미 태풍과 폭염, 폭우 대비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허다했다. 국정감사는 물론이고 필자가 참여하는 총리실 산하 새만금위원회에서도 여러 차례 폭염 대비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특별법을 제정하고, 장관급 공동위원장만 3명 참가했음에도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부실한 운영(안전, 위생 등)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
"미국 파견단 철수 결정은 폭염이나 폭우가 아닌 위생 상태였다"
8일자 '포브스지'에서 미국 보이스카우트 최고경영자 로저 모스비(Roger Mosby)는 "미국 파견단 철수 결정은 폭염이나 폭우가 아닌 위생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보이스카우트연맹(BSA) 국제 커미셔너인 루 폴슨(Lou Paulson) 또한 "이 결정은 가볍게 내려진 것이 아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미국 파견단 의료 책임자 제프 마이어스 박사도 궤를 같이한다. 그는 "깨끗하지 않은 화장실과 배설물이 있는 샤워장은 끔찍하고 개탄스러웠다. 만일 미국이라면 보건 비상사태로 선포 될 것"이라고 했다. 허술한 청소년 보호와 불충분한 샤워 시설도 문제였다. 그는 청소년과 성인이 샤워 시설을 공유하는 건 BSA 청소년 보호 정책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전북연맹이 조기 퇴영하면서 거론한 성범죄 부실 대응이 과장만은 아닌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 공방은 한심하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전‧현직 전북지사가 후안무치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전북연맹 조기 퇴영 결정에 야당이 개입된 게 아니냐며 엉뚱한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 실정을 이전 정부 탓으로 돌린다"며 맞불을 놓았다. 또 국민의힘 지지층 일부에서는 총리와 행안부장관, 전북지사가 모두 전북 출신이라며 지역 색까지 거론하고 있다. 상대를 비난하기 좋은 프레임일지 모르겠지만 무책임하다. 관건은 책임 떠 넘기가 아니다. 남은 대회를 잘 마무리하는 우선이다. 책임 추궁은 이후라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