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를 비롯해 국내외 축구 중계 해설을 맡고 있는 김환 축구해설위원.
김환 제공
지난 1일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개막한 잼버리는 시작부터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더니 열악한 시설, 준비 소홀로 인한 문제로 일부 국가 참가자들이 전원 퇴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자 지난 6일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11일로 예정된 K팝 공연 및 폐영식(폐막식)을 새만금이 아닌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주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전북 현대는 9일 FA컵 4강전(vs 인천 유나이티드)과 12일 K리그 26라운드 경기(vs 수원 삼성)를 연기해야만 했다.
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가 지난 7일 태풍을 이유로 참가자들을 새만금에서 수도권으로 전원 철수시키기로 하면서, K팝 공연 및 폐영식 장소 또한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재차 바뀌었다(8일 오후 2시 30분 발표).
결국 축구계, 특히 해당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던 구단은 혼란에 혼란을 겪었다. 축구팬들도 지난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잼버리도 망치고 전북도 망치고"와 같은 현수막을 거는 등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축구팬들이 거부 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에 부끄럽고 실망스럽다"고 페이스북에 썼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뒤늦게 글을 지우기도 했다.
김 위원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다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볼 수 있듯) 오락가락 하는 건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점이다. 구단과 선수들은 경기 일정에 매우 민감하다. 언제, 어디서 경기를 치르느냐에 따라 스쿼드(선수 명단)를 짜는 데 큰 영향을 받고 무얼 준비해야 하는지도 달라진다"라며 "심지어 구단이 움직여야 하는 동선, 식사 일정 등도 모두 꼬인다. (경기 일정이 갑자기 바뀌면) 선수들 리듬, 감독·코치진의 계획, 구단의 행정까지 다 엉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축구팬, 특히 타지에 있는 팬들의 경우 여름휴가를 내고 숙소까지 다 예약했을 거다. 팬들은 비싼 입장료를 내고 경기장을 찾고, 억대 연봉의 선수들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라며 "축구 한 경기, 한 경기가 긴 시간을 갖고 계획된 약속인데 그걸 쉽게 취소·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더해 "중계 한 번을 위해 방송사는 중계차도 미리 준비해야 하고 PD 등 중계진도 세팅해야 한다. 경기 당일 배치되는 경호업체와 매점 운영자들까지도 모두 짜여진 계획에 따라 움직인다"라며 "축구는 산업이고, 누군가의 직업이자 생업이며, 누군가에겐 인생이자 삶의 전체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잔디 관리 어려운데"
김 위원은 이용호 의원이 썼다 지운 글을 두고도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기적이고 무지하며 최소한의 존중도 없는 태도"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프로축구 경기를 고등학교 반 대항 축구 정도로 생각한 것"이라며 "축구 또는 스포츠에 대한 얄팍한 이미지를 동원해 '한 경기 미룬다고 달라져?'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