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내 미국인 수감자 석방 합의를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
미국이 이란에 구금된 미국인 수감자를 석방하는 대가로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을 해제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각) 미국이 이란에서 수감 중인 미국인 5명을 석방하고, 한국에 있는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60억 달러(약 7조8900억 원)에 대한 동결 해제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란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미국인 시아마크 나마지 등 5명을 교도소 밖으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적대 국가와 협력했다는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한 나마지를 포함해 간첩 협의를 받고 있는 사업가 에마드 샤르기와 모라드 타바즈, 익명의 과학자와 사업가 등 미국 국적자 5명을 악명 높은 테헤란 에빈교도소에 수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혐의를 부인해왔고, 출범할 때부터 해외에 수감 중인 미국인 석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란과 협상을 벌여왔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성명을 통해 "이란에서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5명이 석방되어 가택 연금에 들어간 것을 이란 정부가 확인했다"라며 "이는 고무적이지만, 이들은 원래 구금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3월 르완다에 수감되어 있던 인권 운동가 폴 루세사바기나를 석방시켜 데려왔고, 작년 12월에는 러시아에 억류됐던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를 무기 불법 판매로 미국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러시아 무기거래상 빅토르 부트와 맞교환한 바 있다.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 해제가 합의 핵심"
미국이 동결 해제를 약속한 자금은 한국이 이란에 보냈어야 할 원유 대금이다. 하지만 2018년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란의 핵 개발에 대한 제재를 가하면서 한국 시중 은행에 있는 이 자금을 묶어버린 것이다.
NYT는 "이번 합의는 미국과 이란이 2년 넘게 조용한 협상을 벌인 끝에 나온 첫 성과"라며 "합의의 핵심(key part)은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있는 이란 자금 동결을 해제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마지의 변호인은 "이란이 미국인 수감자들을 교도소에서 가택 연금으로 전환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며 "궁극적인 석방을 위한 시작 단계일 뿐이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합의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NYT는 "미국 공화당은 이란이 동결 해제한 자금을 얻게 되면 엘리트 군대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손에 들어가 중동 전역의 무장 세력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라고 전했다.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 행정부는 이 자금을 카타르 중앙은행 계좌에 입금한 뒤 이란이 의약품과 식량과 같은 인도주의적 목적에 사용하는 경우에만 접근할 수 있도록 카타르 정부가 통제하는 조건을 달았다.
NSC는 협상 내용에 대해 "최종 석방을 위한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서 민감한 상황"이라며 "이들의 자유를 위한 노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라고 언급을 피했다.
이란, 인도적 목적으로만 자금 사용할 수 있어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담당 국장은 "미국인 수감자들은 자금이 카타르 중앙은행 계좌에 입금되면 이란을 떠날 수 있다"라며 "거액의 돈을 옮기기 떄문에 매우 복잡한 절차라서 4~6주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란은 의약품과 식량 등 군사 목적이 아닌 주문서를 제출하면, 카타르 중앙은행이 대금을 지불하고 이란으로 상품을 보내줄 것이라며 "이란은 자금에 직접 접근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 협상을 반대한다면 미국인 수감자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이란 사람들이 의약품과 식량을 얻는 것에 반대하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강조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리들은 이번 합의는 이란의 핵 개발 관련 협상과는 어떤 관련도 없다고 주장하지만, 양국의 긴장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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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란 내 미국인 수감자 석방 대가로 한국 내 동결자금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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