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 시가지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고층 건물은 강남 테헤란로를 방불케한다.
임병식
인천공항을 떠난 중국 쓰촨항공은 4시간 만에 쓰촨성(四川) 청두(成都) 텐부(天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텐부국제공항은 2016년 5월 착공해 2021년 6월 개항한 신규 공항이다. 쓰촨성 사상 단일 투자 규모로 가장 많은 돈을 들였다. 중국 돈으로 718억 위안, 우리 돈으로 무려 13조 원이다. 6개 활주로를 갖춘 텐부국제공항은 연간 여객 9000만 명, 화물 20만 톤을 처리한다(코트라 청두무역관). 인천국제공항과 맞먹는다.
13조 원이라는 공사비와 5년이라는 짧은 공사기간은 중국의 무서운 기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새만금 세계잼버리를 개최한 새만금 사업(23조 원)과 비교하면 규모와 속도에서 확연하다. 새만금은 전북 군산에서 부안까지 세계 최장 방조제(33.9km)를 막아 만든 간척지다.
방조제 축조에는 2조9000억 원이 투입됐다. 새만금 방조제 축조에만 20년 소요됐고, 33년째 공사 중이며, 앞으로도 30년 가까이 공사를 더 해야 한다. 우리가 2조9000억 원짜리 방조제를 20년 동안 막는 동안 중국은 13조 원짜리 국제공항을 5년 만에 해치웠다.
중국의 놀라운 성장 기세는 2008년 발생한 쓰촨 대지진 복구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쓰촨 대지진은 공식 사망자만 10만여 명, 부상자 40만 명에 달하는 대재앙이다. 당시 5개년 복구 계획을 세운 중국 정부는 3년 만에 조기 달성, 지금은 참사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청두에서 30년째 거주하는 윤영미씨는 "가장 피해가 컸던 원찬은 천지개벽이라는 말로도 모자랄 만큼 변했다. 중국 정부가 단기간에 자원과 돈을 쏟아 부은 결과다. 3년 만에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낸 중국의 저력은 놀랍다"라고 말했다.
2000년 초 서부 대개발과 쓰촨 대지진 특수에 힘입어 청두는 발전 계기를 마련했다. 중국 정부는 동북연안 포화를 해소하고 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해 서부 대 개발에 착수했다. 선전과 상하이, 광저우 등 동북 연안에 집중됐던 정책과 자원을 서부 내륙으로 전환했다.
서부내륙 개발의 핵심 전진기지가 바로 쓰촨성 청두다. 이후 청두는 전통, 관광, 문화도시에서 신기술, 신산업을 장착한 첨단산업도시로 변모했다.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350개사가 쓰촨성에 들어왔다. 이 가운데 312개사는 청두에 둥지를 틀었다. 32만 개 기업이 활동하는 고신구 하이테크산업단지는 심장이다. 이곳에는 IBM과 GE, NEC, DHL,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내로라하는 다국적 기업을 비롯해 소프트웨어 등 하이테크 기업이 밤을 밝히고 있다. 고신구 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곳 노동자 90% 상당은 35세 미만이다. 중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