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 전경
전주지법
법원 공탁관에 이어 판사도 피해자 의사에 반한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판결금' 공탁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행정안전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정부 재단)이 법원 공탁관의 공탁 불수리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했으나 법원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광주지법, 수원지법 등에서 공탁관의 판결금 공탁 불수리(받지 않음) 처분에 대한 정부 재단의 이의신청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전주지법에서 재판부에 의한 첫 판단이 나왔다.
전주지법 민사12단독 강동극 판사는 정부 재단의 이의신청을 지난 14일 자로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사건 신청인은 정부 재단이고 채무자는 일본 피고 기업, 채권자는 고(故) 박해옥 할머니의 자녀 2명이다.
재판부는 이의신청 기각의 근거를 민법 제 469조로 제시했다.
제469조(제삼자의 변제)는 1항에서 "채무의 변제는 제삼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삼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한다. 또 2항에서는 "이해관계없는 제삼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제동원 위자료 채권... 보호 필요성 현저히 큰 사안"
재판부는 "이 사건 채권은 불법행위(불법 강제동원)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채권 중에서도 가해자가 배상해야 할 손해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라며 "채무자에게 제재를 부과함과 동시에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현저히 큰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채권자가 명시적으로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이해관계 없는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는 것은 손해배상제도의 취지와 기능을 몰각(沒却·없애버림)시킬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이 사건 채권자는 본래 자신이 갖고 있던 채무자(전범기업)에게 배상책임을 직접 추궁할 수 있는 법률상 지위나 권한이 제3자로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명시적 반대 의사에도 3자 변제 허용... 손배제도 취지 없애는 것"
그러면서 "이 사건 판결금은 어느 모로 보나 민법 제469조 1항 단서에 의한 채권자의 반대의사가 있을 경우, 제3자 변제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공탁기록에 첨부된 서면을 보면 채권자가 제3자 변제에 관한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