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됐던 하우스와 비닐이 철거되면서 농로 주변에는 엿가락처럼 휘어진 파이프들이 쌓여있었다.
신영근
"컨테이너, 농약통, 예취기도 떠내려가"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침수됐던 논이 걱정돼 나온 한 어르신의 하소연이다.
수해 피해를 본 청양에서는 연일 복구작업 중이다. 청양군은 지난달 13일부터 15일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하천 제방 2곳이 붕괴하면서, 농경지와 축사 등 침수가 발생했다.
그러면서 산사태로 사망 1명, 시설 1,468건, 면적 760ha, 추정 피해액 312.2억 원 등의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같은 달19일 우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이런 가운데, 전국에서 자원봉사들이 방문해 피해복구에 나서면서,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20일, 피해가 심한 곳 중 하나인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를 찾았다. 이곳은 인근 제방이 붕괴하면서 축사와 비닐하우스 등이 완전히 물에 잠겼던 곳이다.
물이 빠진 후 기자가 찾은 이곳의 실상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피해 발생 후 한 달여 지나면서 자원봉사자들과 청양군의 복구작업으로 겉모습은 평온을 되찾은 듯 보였다.
그러나, 침수됐던 하우스와 비닐이 철거되면서 농로 주변에는 엿가락처럼 휘어진 파이프들이 쌓여있었으며, 굴삭기들은 주말에도 연신 철거된 하우스를 옮기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농민들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하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주말에 방문하는 자원봉사들이 뜸하고,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농민들은 부서진 축사와 논밭 수리에 땀을 흘리고 있다.
여든을 훌쩍 남긴 한 어르신은 연신 논을 살피고 있었다. 이 어르신의 논도 제방 붕괴로 논과 하우스가 침수됐으며, 컨테이너를 비롯해 농자재와 밭작물이 모두 떠내려가 버렸다.
어르신은 "다 절단 났슈, 고추도 막 따기 시작했는데 이제 소용없슈"라면서 "속상하지만 나만 피해를 입은게 아니라 어쩌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전에도 제방이 무너진 적이 있지만 이렇게 큰 피해를 당한 것은 팔십 평생 처음"이라며 "(지난 7월) 물이 빠진후 벼를 일일이 손으로 씻었다"면서 "더위에 지쳐 약을 먹었지만 다 토했다. 앞으로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복구 활동이 이어지면서 김돈곤 청양군수는 누리집을 통해 "지난 7월 우리는 매우 힘들었다. 유례없는 폭우가 남긴상처는 너무나도 크나큰 아픔을 안겼다"면서 "청양군은 수해 초기부터 중앙정부, 충남도에 합리적인 기준을 토대로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피해 농작물 보상 확대와 수리시설 개보수를 계속 건의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결과 우리 군의 건의 내용이 충남도와 전국의 기준이 되었다"며 "피해 군민들께 위안이 되도록 서둘러 지원해 드리려고 한다"면서 "이제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모두가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청남면 청어람센터에서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주관하는 '2023년도 농촌재능나눔 수해지역 활동지원사업' 일환으로, 원광대 한의대·간호학과와 자원봉사자 등이 참여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방의료봉사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