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7월 1일부로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인하한다고 6월 27일 밝혔다. 한 대형마트에 신라면과 새우깡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라면과 교통비, 무엇이 더 중한가
라면값 인하에 대한 시민, 학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50원 인하가 물가안정에 큰 의미가 없었을 뿐더러 일부 라면은 가격 인하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라면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면서 물가안정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히려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경고까지 제기됐다.
라면과 달리 교통비는 필수재다. 라면은 대체재가 있지만 버스는 대체재가 없다. 최근 휘발유 가격이 1700원을 넘어섰고, 10월부터는 지하철 요금 인상도 예고돼 있다. 버스요금이 부담스럽다는 노인층은 밥값을 줄이겠다고 인터뷰했고, 직장인들은 주말 외출을 줄여야 할 판이라며 버스요금 인상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다(관련 기사 :
"버스비 오르면 밥에서 줄여야지" 서울 노인들의 잔혹한 현실 https://omn.kr/2585e ).
라면값 50원을 내려놓고 물가안정을 운운하던 정부가 버스비는 25%가 인상됐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는 모습은 굉장히 대조적이다. 기업에게는 물가안정을 위해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하면서도 교통비 인상에는 묵묵부답인 모습은 정부의 기업관마저 의심케 한다. '혹 기업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졸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 말이다.
교통비 절감에 나선 선진국
한국과 다르게 선진국은 교통비 무료화 혹은 인하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지난 5월부터 '49유로(한화 7만원) 티켓'을 도입했다. 49유로 티켓을 구매하면 지하철, 트램, 버스 등의 교통수단을 한 달 동안 이용할 수 있다. 독일 정부가 49유로 티켓을 도입한 첫 번째 이유는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 절감이었다. 독일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9유로만 내면 한 달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9유로 패스'를 도입했다. 코로나 시국 당시 글로벌 물가 상승으로 가계부담이 증가하면서 독일 정부가 가계부담을 줄이기 위해 발표한 정책이었다.
이번 49유로 티켓은 9유로 패스의 후속 정책이다. 티켓 가격은 재정 운영을 감안해 올리긴 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또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9유로 패스와 달리 이번 49유로 티켓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49유로 티켓 도입의 두 번째 이유는 기후위기 대응이다. 대중교통 이용자를 늘려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9유로 티켓 도입 당시 한 달 간 탄소배출량이 60만 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해외에서는 대중교통 무료화를 기후위기 대책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 캔자스시는 2019년 대중교통을 무료를 법제화했다. 워싱턴D.C., 보스턴 등도 대중교통 무료화에 나섰다. 유럽에서는 독일, 스페인, 룩셈부르크, 에스토니아, 오스트리아 등에서 기후위기 차원에서 대중교통 정책을 실시 중이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하루 3유로의 전국 대중교통 무료티켓을 도입했다. '기후티켓'이라고 불리는 이 티켓은 이름에서부터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물가안정'과 '기후위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과 달리 한국 정부의 대중교통 정책은 무엇을 목표로 두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물가안정 노력을 기업에게 강제로 떠넘기는 모습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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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값 인하에 물가안정 생색 낸 정부, 버스요금 인상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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