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앞둔 내게 반 학생들이 그려준 캐리커처와 글
이준만
사실 나같이 경력이 많은 교사는 혼자 가르치는 게 편하다. 자신이 생각한 수업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교단에 서는 초임 교사는 부담을 가질 수도 있는 문제이다. 혼자 수업을 계획해서 한 학기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초임 교사로서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같이 근무하고 있는 어느 교사가 전화를 했다. 내 후임 교사가 학교에 와서 자신이 가르칠 과목 교과서를 찾는데, 어떤 걸 줘야 하냐고 물었다. 책상 뒤 책꽂이에 있는 교과서를 주면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혹시 그 후임 교사가 궁금해하는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에게 전화해도 된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오전에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오후에 전화가 왔다. 내 후임인 신규 교사였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역시 매우 막막해하고 있었다. 1학기 동안 내가 어떻게 수업했는지 이야기해 주고, 찬찬히 수업 구상을 해 본 다음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몇 번이라도 좋으니 서슴지 말고 전화하라고 했다.
다음 날 다시 전화가 왔다. 수업하면서 만들어 놓은 수업 관련 파일이 있으면 제공해 줄 수 있냐고 했다. 컴퓨터를 뒤져 후임 교사에게 필요한 만한 파일들을 찾아 압축해서 보내주었다. 그러면서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정말로 고맙다는 답이 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끝난 뒤,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내 후임 교사는 왜 나에게 전화를 해야만 했을까? 다른 도시로 이사하고, 휴가 내고 쉬고 있는 나에게 말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고등학교에는 국어 교사가 무려 아홉 명이나 있다. 그들 중 한 사람에게 물을 수 있었다면 굳이 나에게까지 전화할 필요가 없었을 터이다. 그런데 아마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에게까지 전화한 과정을 추론해 보자. 내 후임 교사가 인사하러 학교에 들렀을 것이다. 담당 교사(아마도 교무 부장 교사)가 그 후임 교사를 교장, 교감에게 인사시킨 뒤 어떤 과목을 일주일에 몇 시간 가르치게 되었다고 알려 주며 다른 교사와 함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혼자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을 터이다. 그러면서 나와 같은 사무실을 쓰는 교사를 불러 교과서 좀 챙겨 주라고 말했을 터이다.
그 말을 들은 그 교사는 이런 저런 교과서들를 찾다가, 정확히 어떤 걸 주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나에게 전화를 했을 것이다. 그러니 내 후임인 그 신규 교사는 얼마나 막막했겠는가. 전혀 경험이 없는 상태인데, 오롯이 혼자 한 학기 수업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상당한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신규 교사들 적응 제대로 도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