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촛불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소연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7시30분 폭우 속에서 진행된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촛불집회에 우비를 입고 참석해 "동해가 일본해로 바뀌고 있다. 아마도 언젠가는 애국가를 '동해물과 백두산이'가 아니라 '일본해와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정말 걱정된다"며 말문을 뗐다.
미 국방부가 앞으로 군사훈련 시 동해를 '일본해'로 공식 표기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 윤석열 정부처럼 일본의 요구에 맥 없이 끌려가는 건 물론, 일본의 무도한 패악질을 도와주고 지원한다면 그런 날이 오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은 암울한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대표는 대통령의 직무는 영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게 제1(원칙) 아니냐"며 "그런데도 대한민국 영토와 바다를 핵 오염수로 오염시키겠다는 데 왜 정부는 일본에 우호적이냐"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한 보도를 보니까 오염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홍보물을 청와대(대통령실) 예산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믿어지냐"며 "저는 그 보도를 보고 정부 한 부처가 (대통령에) 과잉 충성하느라 그런 줄 알았는데 용산의 예산으로 일본을 편드는, (오염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해괴한 홍보물을 만들었단 것을 듣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 혈세로 일본을 편드는 이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용서할 수 있겠냐"며 관중석을 향해 물었다. 흰색 우비를 입은 참가자들은 일제히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건 지난 22일 <한겨레> 보도 내용이다. <한겨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해도 우리나라에 위험하지 않다'는 취지의 정부 공식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데 대통령실이 직접 관여했다고 밝혔다. 또 이 영상을 만드는 데 사용된 제작비 3800만원이 대통령실 예산으로 집행됐다고도 보도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신성한 책무를 저버린 대통령을 우리 국민들과 역사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의 무도한 세계 환경 파괴 행위에 대해 우리 국토를 침탈하는 행위에 대해 인류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끝까지 함께 싸우자"고 결의를 모았다.
박광온 원내대표 역시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건 누구를 위해서, 누가 좋아서 하는 것이냐"며 "일본 정부와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해 온 도쿄전력, 두 기관 빼고는 어느 누구도 반문명적이고 환경 파괴적이고 반 인류적인 행위를 찬성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일본은 한국 정부의 승인으로, 사실상 양보로 미래 세대를 위협할 환경 재앙을 선택했다"며 "민주당이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조선총독부 아냐...윤석열 정권, 바보 정권으로 기억될 것"
당 내 꾸려진 '후쿠시마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총괄대책위원회'에서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은 지난 22일 일본 대사관을 항의 방문했던 당시를 회고하며 입을 열었다.
우 의원은 "어제 국민의 뜻을 모은 결의서를 일본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대사관을 찾았다"며 "그런데 우리가 가는 길을 한국 경찰이 막아섰다. 폭우 속에서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가슴 찢어지게 비통하고 아픔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우 의원은 "2023년 서울 한복판에서 국민의 뜻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일본 정부에 전달하겠다는데 일본 경찰도 아닌 대한민국 경찰이 막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고 성토했다.
우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 분명히 말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조선 총독부가 아니"라며 "대다수의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그 과정에 무슨 국익이 있는지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일본 뜻을 좇는 정부는 역사 속에서 멍청한 정부, 바보 정부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연신 "탄핵하라"는 목소리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