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페이지 워터타워와 인근에 있는 노스롭그루먼사미국은 평지에 있는 동네에는 비상용 워터타워가 세워진 곳이 많다. 노스롭그루먼사에서도 보일 정도로 가까운 위치에 베스페이지 워터타워가 있다.
장소영
지난 2020년이 되어서야, 노스롭 그루먼사는 약 1억 440만 달러(한화 약 1385억 원)의 천연자원 손해 배상을 약속했다. 미 뉴욕 주는 해군과 노스롭 그루먼사와 오염원 정화를 위한 협정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2022년에는 주지사와 법무장관에 의해 오염원 봉쇄를 위한 법령이 정식 제출되고 노스롭과 해군은 정화 작업 이행 문서에 공식 서약했다. 1949년에 지하수에서 크롬이 발견된 이래 80년 가까이 흐른 뒤 이뤄진 일이다.
40여 년 동안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온 지역 주민 단체와 끈질기게 보도해온 지역 언론(Newsday)의 힘이 컸고, 문제를 지역에서 주로 끌어올려 처리를 촉구해온 초당적 상하원 의원들의 노력, 지역 행정관의 실질적인 행정 능력도 더해졌다. 언론에 따라 평가가 다르긴 하지만 대기업과 해군을 상대로 노련하게 대처하고, 주 예산을 먼저 끌어와 그들을 자극한 전현직 주지사의 노력도 유효했다고 본다.
생각해보라. 배상을 받고 협업을 이뤄내는 데 40년이 걸렸다. 수백 개의 화학 폐기물이 담긴 드럼통의 영향은 실로 대단했다. 40년이 지나도 흐르고,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제대로 해결이 안되고 있으니 말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뒤 '일본인이 지구 우물에 독을 넣었다'라는 한 기사 제목이 와닿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앞으로 30년 내내 넣겠다고 한다.
폐기물 버려질 때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아이인데
이곳에서는 '그때 버린 폐기물' 때문에 고등학교 옆 우물도 폐기하고, 주민들의 암 발병률도 올라가는 추세이고, 등교하는 아이에게 오늘 물병은 챙겼는지 묻는 것이 일상 습관인데, 앞으로 '30년 동안'이나 방류를 할 예정이라니. 뉴욕은 하나의 주이기 때문에 군과 기업을 상대로 책임을 묻고 배상을 받는 일이 가능하기라도 했는데, 태평양에 버린 오염수에 대한 책임은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물을 수 있을까.
부메랑은 반드시 돌아온다. 일본이 던졌지만, 일본에만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나이 든 세대가 던졌지만, 맞는 것은 어린 세대가 될 것이다. 그때가 되어서 일본은 습관처럼 숙여온 고개를 또 숙이고 유감 표명을 하면 그만일까.
우리 아이는 베스페이지에 살지 않는다. 폐기물이 버려질 때는 태어나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단지 이웃 동네에 산다는 이유로 오염수가 학교 아래로 흐르게 되었고, 지금은 매일 그 학교에 가고 있다. 물병을 매일 꼭꼭 챙겨 들고서 말이다.
인간과 달리 태평양 해양 생물들은 물병을 챙길 수도, 이사를 할 수도 없다. 물병을 챙길 수도, 이사를 할 수도 없는 지경이 인간에게도 곧 닥칠 것만 같다. 방류되는 오염수보다 더 빠르고 강한 각국의 해법과 의지가 속히 모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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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오염지 위 학교, 제 자녀가 그곳에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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