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후손인 이종찬씨와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나라의 국방을 위해 노력하는 귀하에게 인사를 먼저 보냅니다. 최근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설치된 독립전쟁의 영웅들의 흉상을 제거하기로 귀하가 방침을 결정한데 대하여 몇 가지 충고를 드립니다.
1. 당초 독립전쟁 영웅의 흉상을 모시고자 할 때, 그 뜻은 국군의 역사가 해방 이후 일본군 잔재들이 모여서 편성한 것으로 한다면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되게 되었습니다. 더 높은 숭고한 우리 국군의 역사로 승화시켜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독립전쟁의 역사를 우리의 것으로 받들자는 뜻에서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역사관을 후세에 무지한 자들이 쉽게 지울 수는 없습니다.
2. 내가 알고 있는 사례를 소개합니다. 1951년 10월 진해에서 육군사관학교가 4년제로 재 개교될 때, 교장을 누구로 선임할 것이냐 문제를 놓고 당시 참모총장 이종찬 장군이 고민했습니다. 소장, 중장급 여러 장군의 명단과 이력서를 작성하여 이승만 대통령에게 추천하고자 진해관저로 찾아갔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그분들의 명단을 보지도 않고 한마디 했습니다.
- "왜 안중근 의사의 조카 장군이 있지?"
- "네, 안춘생 장군이 있습니다."
- "광복군으로 독립운동 한 사람 아냐?"
- "네, 맞습니다."
- "그 사람 교장 시켜."
- "안장군은 아직 육군 준장입니다. 교장은 소장 아니면 중장 직위입니다"
- "알고 있어, 그러나 육사교육이 성공하려면 안중근 의사처럼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친 그런 의사 한 사람만이라도 배출하면 그 교육은 성공한 거야. 그러니깐 그 뜻에 따라 그 사람 별 하나라도 시켜!"
- "예! 각하의 높은 뜻대로 명하겠습니다."
참모총장은 이승만 대통령의 명을 따랐습니다.
4년제 육군사관학교 정규과정 초대교장은 안춘생 준장이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종질로 1912년 태어나 중국 황포군관학교를 졸업하고 항일 투쟁을 해온 분입니다. 덕장으로 알려진 그는 육사의 교훈을 지인용(智仁勇)으로 정했습니다. [*노태우대통령 회고록 1053쪽]
3. 흉상으로 모신 다섯 분은 우리 독립전쟁의 영웅들입니다. 귀하가 표현한 대로 "국난극복의 역사로 특정 시기에 국한되는 분들"이 아닙니다.
먼저 지청천 장군, 그분은 일본 육사를 졸업했지만 일본군을 위해 복무하지 않고 탈출하여 신흥무관학교 교관을 자청했습니다. 그 후 항일전선에서 꾸준히 전투를 벌여온 역전의 용사이며 1940년도 광복군을 편성할 때 최고사령관으로 역임하신 독립전쟁의 영웅이십니다.
4. 김좌진 장군은 내가 소개할 필요도 없이 우리 역사상 일본 정규군과 전투를 벌인 청산리 대첩의 영웅이십니다. 더욱이 그 분은 만주일대 민족주의 우파 독립군의 최고 사령관으로 계실 때, 공산분자의 손에 암살당하신 분입니다.
5. 이범석 장군은 운남강무학교 출신으로 신흥무관학교 교관으로 활약하셨고, 청산리 대첩에서 신흥학교 출신 장병들을 인솔하여 김좌진 사령관에게 합류하여 혁혁한 공로를 세웠습니다. 1940년대에는 미군 OSS와 합동작전으로 국내 진공작전을 세우고 훈련을 시키다가 해방이 너무 일찍 찾아와 뜻을 이루지 못한 광복군 참모장이며 2지대장이셨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이후 초대 국무총리요, 국방부장관을 역임하면서 국군을 창설하는데 큰 공적을 세운 분입니다. (귀하가 국방부장관이라 하면서 초대 국방부장관을 멸시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