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 선생이 서재에서 책을 꺼내들고 있다
김병기
결국 현재 진행되는 윤석열 정부의 '역사전쟁' '이념전쟁'의 주요 흐름은 독립운동사에서 사회주의 흔적을 지우고, 그 자리에 '친일 행적'을 말끔하게 세탁한 친일부역자들을 세우는 작업이라는 우려다.
김 전 관장은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는 좌파냐, 우파냐,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입만 열면 이야기하는 헌법적 가치"라면서 "독립운동을 대한민국 출발의 근원으로 여기는 헌법에도 명시돼 있고, 대통령 선서를 할 때에도 평화통일 등을 언급했는데, 이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친일 행적 문제에 골몰하는 그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 전 관장은 윤석열 정부의 이중잣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가령 독립운동 역사에서의 사회주의를 배격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남로당 경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태도를 꼬집은 것이다.
"윤 대통령이 그렇게 반공주의에 철저하고 공산당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가 없다면 왜 전직 대통령인 박정희가 남로당 조직책을 맡은 사실에는 눈을 감습니까? 조직책은 막중한 역할이었지요. 그래서 박정희는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박정희 기념관을 짓겠다고 하고 남로당 행적에 비교할 수 없이 약소한 이력을 가진 사람을 뿌리째 거부하는 이중적 태도, 선택적인 선호도를 어떻게 이해해야할까요? 독립운동을 대한민국 출발의 근원으로 여기는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역사적 반동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일제치하의 사회주의는 독립운동의 큰 조류"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부정하고 있는 일제치하에서의 사회주의는 어떤 역사적 맥락으로 해석하고 평가해야할까? 김 전 관장은 "일제 치하에서 사회주의는 어찌 보면 그 시대의 산물"이라면서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917년 10월에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고 중국을 포함해서 동북아시아, 일본까지도 사회주의 공산주의세력이 많이 뻗쳤어요. 1919년 4월 11일에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될 때도 의정원 의원 39명 중 사회주의 방향으로 국체(國體)를 정해야 한다는 토론도 있었죠. 러시아의 수반 레닌이 독립기금을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김 전 관장은 "사회주의는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하기 위한 하나의 부품, 조류라고 볼 수 있고 독립운동, 항일운동의 일맥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당시 사회주의자들이 1949년 북한 정권이 수립될 때 기여한 분들도 아닌데, 윤석열 정부는 마치 이분들이 현역 공산주의분자들인 것처럼 매도하면서 우리 독립운동의 일각을 허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관장은 윤석열 정부의 역사전쟁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해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이면서 독일 나치시대에 저항했던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한 다음과 같은 취지의 말을 인용했다.
"파시즘을 겪었던 사람들이 파시즘 체제에 편입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졌다."
김 전 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나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법조인들, 검찰 출신들이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비리와 국정농단 등을 수사하면서 파시즘에 동화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있다"면서 "지금 보여주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와 현상은 본인들이 부정할지는 몰라도 파시즘 초기에 들어선 것 같아 국가적으로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이 사람, 10만인] “이런 자들이 국토방위 중책을...”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의 호통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둘째 치고 역사 자체를 과거로 회귀시키려는 대단히 반역사적이고 단세포적인 사고입니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80. 신흥무관학교 100주년기념사업회 공동대표)이 최근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일갈한 말이다. 김 전 관장은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 삼아 흉상 이전을 추진하는 역사인식의 저변에는 “파시즘”이 도사리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지난 28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자택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인 김 전 관장을 만났다. 그는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등에서 반독재 언론운동을 해왔으며 대한매일 주필을 지낸 언론인이다. 또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친일문제 연구가이자 독립운동가 등 50여명의 삶을 고찰한 평전의 저자이기도 하다.
#홍범도 #독립운동 #파시즘
관련 기사 : "홍범도 장군, 동포 도우려고 소련공산당 입당" https://omn.kr/25eyn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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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 동포 도우려고 소련공산당 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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