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역사 쿠데타란 다섯 글자가 떠올랐다
- 국방부가 육사에 세워진 독립군 흉상을 철거하기로 해서 논란인데 어떻게 보세요?
"일단 왜 그러는지를 잘 모르겠어요. 홍범도 장군을 비롯해 이번에 논란이 된 다섯 분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사실 끝났거든요. 그동안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 다섯 분에 대해서 시비를 건 거예요. 더군다나 문제가 커지니까 다섯 분 가운데 네 분은 떼어내고 홍범도 장군에 대해서만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죠.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인물에 대해 뒤늦게 뒤떨어진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할까, 왜 그럴까 의문이 드는데 사실 어제오늘 대통령실의 대응을 보고 약간의 실마리를 찾았어요."
- 뭔데요?
"이건 단지 육군사관학교나 국방부가 한 일이 아니라 사실상 대통령실에서 주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어요. 사실 이 정도 문제가 커지면 대통령실은 '육군사관학교와 국방부가 잘못한 거다. 빨리 사태를 수습하도록 하겠다'라고 해야 하는데 거꾸로 계속 홍범도 장군의 사상 문제를 거론하고 있거든요. 이런 거로 봐서 이 사태의 배후에는 사실상 대통령실이 있다거나 대통령실에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네요.
사실 독립운동가들을 색깔론으로 공격한 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한 20년 전부터 뉴라이트라고 불리는 극우 세력이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집요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해 왔거든요. 그런 공격의 연장선에서 이번에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다섯 분에 대한 공격이 이루어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흉상 철거에 대해 대통령실은 모르는 일이라고 하는데.
"대통령도 홍범도 장군의 사상 문제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다는 식의 반응하는 거로 봐서는 대통령실이 모를 리가 없고요. 더군다나 이번에 문제가 된 다섯 분 가운데 한 분이 이회영 선생인데요. 이회영 선생은 대통령의 절친, 죽마고우라고 하는 이철우 연세대 교수의 증조할아버지거든요. 그런 문제가 걸려 있는데 대통령실에 보고도 안 하고 이회영 선생 흉상을 철거하려고 했을까요? 저는 당연히 보고가 됐을 거라고 보고 아마 대통령실과의 긴밀한 협의 하에 일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 처음에 이 소식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역사 쿠데타란 다섯 글자가 떠올랐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이 다섯 분을 포함한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끝났습니다. 하지만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답변하면서 '공산주의자들'이라고 했거든요. 처음에는 다른 분들에게도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여요. 그걸 보면서 극우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밀고 있던 대한민국 역사 뒤집기가 이제 본격적인 단계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다른 분들은 공산당 이력이 아예 없는 거 아닌가요?
"나머지 네 분은 공산주의자들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반공주의에 가까웠던 분들입니다. 김좌진 장군은 공산주의자 손에 암살이 되셨고요. 이회영 선생도 공산주의와 대립하고 있던 아나키즘에 기울어져 계셨든 분이고요. 지청천 장군이나 이범석 장군도 공산주의와는 거리가 먼 분입니다. 특히 이범석 장군은 해방 이후에는 국무총리 그다음에 국방부 장관 맡으면서 반공 노선을 강력하게 표방했던 분이거든요. 공산주의와는 아무 상관 없는 분들까지도 싸잡아 공산주의자라고 매도하는 걸 보고 극우 보수 세력이 독립운동 전체를 좌익 빨갱이라 낙인 찍고 싶어 했는데 그게 이번 사태를 통해서 드러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 홍범도 장군은 박정희 대통령이 건국훈장 줬죠.
"홍범도 장군도 그렇고요. 지청천 장군,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 이회영 선생 다 박정희 대통령 때 건국 훈장을 받았고요. 문제가 된 홍범도 장군도 박정희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 시절에 건국훈장을 수여했습니다.
거기다가 홍범도 장군이 돌아가신 곳이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인데 카자흐스탄이 원래 소련 영토였죠. 한국과 소련이 국교를 수립하기 이전에는 홍범도 장군 유해를 봉환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지만, 소련이 붕괴하고 난 다음에 카자흐스탄이 독립하면서 역대 대통령 모두 홍범도 장군을 한국으로 모셔 오려고 관심을 두고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다 실패로 끝났죠. 카자흐스탄이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고 대한민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 때 카자흐스탄 정부가 결단을 내려서 대한민국으로 유해를 봉환하는 데 동의한 거죠. 그러니까 오랫동안 보수 정권도 홍범도 장군의 업적을 인정했는데 갑자기 윤석열 정부가 홍범도 장군에 대해서 공산주의자라는 낙인을 찍고 대한민국 역사에서 지워버리려고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