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공영방송 장악 중단을 요구하는 KBS, MBC, EBS 이사들이 지난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렸다.
권우성
법원은 해임된 공영방송 이사들을 복직시킬 수 있을까. 최근 해임된 공영방송 이사진들이 해임 처분에 불복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해임된 이사들은 해임취소 소송의 결론이 나기 전까지, 해임 처분을 정지해달라는 효력정지 신청도 동시에 냈다.
권태선-남영진 전 이사장, 31일 집행정지신청 심문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권태선 전 이사장과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의 해임 집행정지 첫 심문이 31일 열렸다. 권 전 이사장에 대한 소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가, 남 전 이사장 소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신명희)가 각각 담당한다.
이날 심리에서 권태선 전 이사장의 대리인은 "해임 사유를 보면 권 전 이사장 취임 전 있었거나 감사원도 혐의가 확실하다고 인정하지 않은 일 등 도저히 사유로 삼을 수 없는 내용"이라며 해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방통위 측 대리인은 "권 전 이사장은 자신의 역할을 방임하고 위법행위를 저질러 방문진의 공정성, 투명성, 신뢰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권 전 이사장은 지난 21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MBC 임원 성과급을 과도하게 인상하는 등 경영 성과 등을 적절하게 관리·감독하지 못했는 이유로 해임됐다. 남 전 이사장도 지난 15일 KBS 경영관리 소홀 등의 이유로 방통위 해임 제청안이 의결됐고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로 최종 해임됐다. 또 현재 여권 우위 구도가 된 KBS 이사회는 지난 30일 김의철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해임 무효 소송의 경우,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과거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 무효 소송은 대법원 최종 결론까지 4년이 걸렸다. 때문에 본안 소송보다는 해임 효력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이 해임 효력 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해임 이사들은 즉각적인 복귀가 가능하다. 또 해임 이사들은 본안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직위를 유지하고 정해진 임기도 채울 수 있다.
집행정지신청 받아들이면 복직, 과거에는 전례 찾기 어려워
그러나 공영방송 사장이나 이사들이 낸 효력 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 전례는 찾기 어렵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지난 2008년 해임된 직후, 법원에 해임 효력 정지 신청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기각됐다. 대법원도 2008년 12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8년 1월 해임된 고대영 전 KBS 사장도 효력정지 신청을 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공영방송 사례는 아니지만, 지난 5월 면직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법원에 면직 효력정지 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