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사진이 순교자 현양탑이다. 그 뒤쪽이 실제 처형장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른쪽 사진은 하늘광장에 있는 정현의 조각 <서 있는 사람들>
오창환
조선시대에는 사직단의 오른쪽 즉 도성의 서쪽에 국가의 공식 처형장을 만들었는데 서소문밖 네거리와 당고개, 새남터, 그리고 절두산이 이곳에 해당했다. 조선의 이념에 반하는 반란군이나 동학교도들이 이곳에서 참수되고 효수되었다.
1784년 한국 천주교회가 창설된 이후 일백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곳 서소문밖 네거리에서 1801년 신유박해, 1839년 기해박해, 그리고 1866년부터 1873년까지 병인박해를 거치며 가장 많은 천주교도들이 이곳에서 처형되었다. 이곳에서 처형된 사람 중 이름이 밝혀진 사람만 98명에 달하며, 이중 44명이 성인품에 올랐고 27명이 복자품에 올랐다. 2018년 교황청은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를 포함한 서울 속 천주교 순례길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국제 순례지로 승인했다.
경찰청 쪽에서 들어오면 입구에 보이는 것이 순교자 현양탑이다. 세 개의 큰 돌기둥은 죄수의 목에 채우는 칼을 상징한다. 현양탑 뒤쪽이 실제 처형장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된다. 현양탑 옆으로는 뚜께우물이 있는데 우물이 크고 깊어서 평소에는 뚜껑을 닫아 놓았다가 처형 시 뚜껑을 열고 망나니가 사용한 칼을 씻었다고 한다.
지상에서 눈에 띄는 조형물은 <노숙자 예수>다. 벤치에 누워 담요를 덮고 누워있는 노숙자 양발에는 깊게 파인 못자국이 선명하다. 캐나다 작가 티모시 슈말츠의 작품인데 보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눈을 돌려 서소문 역사공원 지상을 보면 잔디밭과 조경으로 구성되어 있어 일견 평범한 공원으로 보인다. 성지 역사박물관은 지하에 만들어져 있다.
우리에게도 위안의 말을 건네는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