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지난 8월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관련해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수영 행정국방예산심의관, 김언성 재정정책국장, 박금철 조세총괄정책관, 김동일 예산실장, 유병서 예산총괄심의관, 조용범 사회예산심의관, 황순관 경제예산심의관.
연합뉴스
- 최근에는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도 사회적 이슈가 됐었는데요. 이런 현상과도 연관을 지을 수 있을까요?
강동재 : "본인의 꿈과 일자리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안정성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연구에 큰 뜻을 품고 있는 학생들에게 국가의 존중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본인의 미래와 직업 자체에 대하여 안정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당장 이 사안 하나만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면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이 줄어들고 이공계 기피 현상도 심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카이스트의 예산도 당장 삭감된다고 하는데요. 대학원생들의 경우에는 바로 어려움이 닥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원생들 분위기는 어떤가요?
이동헌 : "지금 대학원생들에게는 출연연의 예산이 줄어드는 것이 더 큰 걱정입니다. 일반적인 대학원생들이 연구실에서 외부 과제를 위탁 용역 받으면 저희가 참여연구원으로 들어가 과제를 수행하는데요. 출연연 예산 20%가 삭감되면 과제 5개 중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대학원생 5명이 일하고 있다고 치면, 한 명은 아예 과제가 없어지는 것이죠. 그러면 그 학생은 생활적인 측면에서 타격이 큽니다.
이미 몇몇 대학원생 같은 경우에는 과제를 줄여나가는 분위기를 느끼고 있고요. 타 연구실에서는 '어떤 과제가 위험하다더라'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이 사건 하나 때문에 대학원생들이 이탈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와 같은 일들이 하나씩 쌓여가다 보면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입장에서 '굳이 이공계 안 가도 되겠다'는 인식이 생기게 됩니다. 가면 갈수록 이공계 기피가 심화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이번에 성명을 발표하신 것을 보니까요. '존중'이라는 두 글자가 인상 깊었습니다. 현재 과학자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은데요.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느끼시나요?
강동재 : "기사를 통해 접하기로는 대통령님께서 과학 기술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각 출연연에서 예산을 작성할 때 5% 정도 증액하여 준비하였고 무난한 통과를 예상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주요 사업비가 25% 내지 30% 정도 삭감된 예산안을 전달받았고, 이 과정에서 소통과 존중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예산이 삭감되어야 한다면 과학자들과 함께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있어 현장을 존중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동헌 : "예산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그런데 만약 지침 자체가 단순하게 예산을 줄일 테니까 기관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 되어버리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예산을 효율적으로 쓸지, 새는 돈을 어떻게 줄일지 현재 과학자분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정책을 수립하면 좋겠습니다."
"R&D 예산 삭감, 재고돼야"
- 이번에 연구개발 예산을 줄인 것이 몇십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인데요. 과연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 옳은 일일까요?
강동재 : "과학 기술의 발전을 위해선 확실한 결과 혹은 생산성을 보장할 수 있는 연구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불확실한 결과에도 투자하고 실험을 해야 창의적인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예산을 비롯해 국가가 도와줄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과학자들이 걱정 없이 연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 있어서도 예산 삭감은 재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동헌 : "예산안이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내년에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봅니다. 그 측면에서 R&D 예산이 삭감되었다는 것은 미래를 설정하는 방향의 변화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자체가 지금 OECD 국가 중에서 GDP 대비 수출 비중이 되게 큰 수출 중심의 무역 국가입니다.
수출 품목은 배터리, 반도체, 자동차, 컴퓨터 등 첨단 산업 비중이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광물도 부족하고, 인적 자원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그 동안 R&D에 투자를 많이 해서 국가 경쟁력을 살려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산안이 삭감된다면 사람들은 이러한 방향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할 수 있습니다."
-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요?
이동헌 : "이공계에 온 지 이제 10년이 됐습니다. 중학생 때는 '왜 한국에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없을까'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대학원에 와서 연구하며 느낀 점은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되게 오래 걸린다는 점이에요. 어떤 연구든 위에서 쌓아온 데이터도 있어야 하고, 실험 방법론이나 같이 연구하는 동료들의 높은 수준도 필요합니다. 연구 문화도 조성이 되어야 하고요.
그런 연구 인프라 구축이 최소 50년이나 100년 정도 걸립니다. 노벨상을 말씀드렸는데요.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 대부분 연구 인프라 구축에 100년, 200년이 걸렸습니다. 이런 나라들에서 바로 창의적인 연구가 많이 나오는데요.
우리나라는 이제 50년 정도 이공계에 투자했습니다. 단기간에 서구 영미권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 견줄만한 인프라 구축에 성공했다고 봅니다.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저희 분야에서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연구 환경 부분만큼은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는 단순히 재정을 투자하고, 사람을 많이 뽑는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결국 연구를 하는 사람이 제일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똑똑하고, 열심히 하는 학생 친구들이 이공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으로서는 그 친구들이 이공계 대학 혹은 대학원을 선택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운 벽들이 있습니다. 그 벽을 뚫어주는 게 이공계에서 많은 성과를 내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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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말 믿었는데 예산 삭감... 이공계 기피 심화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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