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열무 김치 담기
이숙자
내 일정은 가을 축제를 위해 날마다 스케줄이 촘촘하다. 시낭송 수업을 가야 하고, 시극 연습에 군산시 시간여행 축제 때 참가해야 할 시낭송 연습과 또 다른 연극도 있다. 모두가 연습이 필요한 일이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그 모든 일을 소화하려면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므로 주중에는 시간이 없다. 그래서 집안일은 주말에 하고 있다. 나이 팔십에 이렇게 바빠도 되는지 나도 의아하다. 용돈 벌이 삼아 하는 도서관 사서 일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나가야 한다.
추석이라고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는 건 아니지만 맨 먼저 해 놓아야 할 일은 김치를 담가 놓는 일이다. 한국인들을 오래전부터 밥상에 김치가 떨어지는 일 없이 살아왔다. 밥 먹을 때 김치 한 쪽이라도 먹어야 밥을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가장 친숙한 음식이다.
김치는 품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그렇다고 아직은 김치를 사서 먹어 본 적은 없다. 내가 움직이지 못하면 그때는 모를 일이다. 딸들은 "엄마 이젠 힘드니까 김치 담그지 마세요"라고 말은 하지만 나는 아직 그러고 싶지는 않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해 줄 수 있는 것도 축복이다.
엄마가 딸들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어 마음이 흐뭇하다. 산다는 건 늘 시간과의 싸움이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딸들은 김치 담글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이다. 사실 시간이 있어도 손에 익숙하지 않아 김치 담그기가 번거로울 수 있다. 만약에 내가 없다면 또 다른 방법으로 김치를 사서 먹고 살 것이다. 사람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아 산다.
열무 김치는 된장이나 고추장에 참기름 넣고 비빔밥을 해서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딸들에게 담가 주는 김치는 엄마의 사랑이다. 딸들과 사위, 손자는 분명 인연이 되어 내게로 온 사람들이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평생을 살다가 생을 마칠 사람들, 그 인연들이 소중해서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고민하면서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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