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유학 이건 감격, 하지만 까딱 잘못하다가는..."

[현장] '예산 전액삭감' 위기 속 구례 찾은 조희연 교육감 "저도 감동이지만..."

등록 2023.09.19 10:23수정 2023.09.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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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이 손을 잡고 진행하는 농촌유학.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부모와 학생을 만나기 위해 지난 13일 오후 전남 구례에 있는 광의초를 찾아왔다. @윤근혁 기자
서울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이 손을 잡고 진행하는 농촌유학.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부모와 학생을 만나기 위해 지난 13일 오후 전남 구례에 있는 광의초를 찾아왔다. @윤근혁 기자교육언론창

"농촌유학은 아이도 엄마도 성장하는 길이다."
"아이들은 행복하고 엄마도 더 멋있는 존재가 됐다. 감격스럽다."


'구름도 쉬어간다'는 지리산 아래에 있는 전남 구례군 광의초등학교. 지난 13일 오후 2시, 이곳에 모여 '서울시교육청 농촌유학 학생과 학부모 만남의 날'을 갖는 농촌유학생 학부모들 얼굴이 환했다. 서울에서 유학 온 초등학생들도 부모 곁에서 밝게 웃고 있다.

복식학급까지 해소... "아이도 엄마도 성장"

서울교육청이 전남교육청과 함께 벌여온 초중학생 농촌유학 사업은 2021년에 시작됐다. 올해 2학기 현재 148명이 전남 41개 초중학교에서 유학 중이다. 대부분 가족체류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농촌유학지역을 전북도와 강원도로도 넓히고 있다.

이 가운데 전남 광의초에는 5가구 7명의 초등학생(서울 외 지역 학생 1명 포함)이 유학을 와 있다. 이 학교 전교생 30명 가운데 23%가 유학생인 것이다. 서울에서 유학생이 오니 우선 이 학교는 복식학급이 해소됐다. "토의, 토론수업도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게 광의초 교사들의 설명이다.

유학생을 맞은 광의초 기존 재학생은 "학생 수가 적어 불편했는데 학생 수가 많아지면서 모둠활동이 더 활발해졌다"면서 "체험활동 기회도 더 늘어나서 좋다"고 말했다.

서울에 살다가 올해 2학기에 이곳에 온 한 학생은 "서울은 학원 때문에 스트레스도 심했는데, 공부 스트레스도 없어지고 재미있게 놀 수 있어서 좋다"면서 빙그레 웃었다.


유학생 자녀들과 함께 구례에 둥지를 튼 한부모들 또한 '만족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학부모는 "1만 프로 대만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체험학습은 말할 것도 없고, 농촌 환경을 통해 아이가 배울 수 있는 순간순간에 감사하고 있다"면서 "이런 자연환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아이들한테 행운"이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이 손을 잡고 진행하는 농촌유학.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부모와 학생을 만나기 위해 지난 13일 오후 전남 구례에 있는 광의초를 찾아왔다.
서울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이 손을 잡고 진행하는 농촌유학.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부모와 학생을 만나기 위해 지난 13일 오후 전남 구례에 있는 광의초를 찾아왔다.교육언론창

그렇다면 구례지역에 이미 살고 있던 학부모들은 어떨까? 이 지역 이장을 맡으며 이 학교 학부모회 회장까지 겸임하고 있는 학부모(여)는 "사실 지난해 처음 서울에서 온 학부모를 봤을 때는 편견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아이들 교육을 위해 함께 소통하다보니 이젠 유학생과 함께 온 엄마들이 정말 좋다. 유학생들이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례에서 살아온 다른 학부모도 "작은 학교다 보니 친구가 그리운 상황인데 유학 온 형아 누나들이랑 소통해서 우리 아이가 생각이 더 넓어진 것 같다"면서 "더 많은 유학생들이 학기마다 와서 더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광의초 노형도 교장은 "기존 학부모님들과 유학생과 함께 온 학부모님들이 힘을 합쳤기 때문에 우리 학교 교육활동이 더 빛나게 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교는 학부모들이 아침체육활동과 아침 책 읽기 활동을 주관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참여해 모내기도 했고, 진로캠프도 열었다.

농촌유학 이야기를 들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하는 농촌유학에 감격했다'는 학부모님들 말씀을 들으며 감동했다"면서 "농촌유학을 통해 도시와 농촌이 상생했으면 좋겠다. 이런 교육 프로그램이 잘 정착되어야 할 텐데, 예산편성에 난항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앞으로 나선 구례교육장 "이런 거 없어질지도 몰라서..."
 
 서울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이 손을 잡고 진행하는 농촌유학.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부모와 학생을 만나기 위해 지난 13일 오후 전남 구례에 있는 광의초를 찾아왔다.
서울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이 손을 잡고 진행하는 농촌유학.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부모와 학생을 만나기 위해 지난 13일 오후 전남 구례에 있는 광의초를 찾아왔다.교육언론창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는 '서울시교육청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폐지한 데 이어 내년 농촌유학 예산까지 통째로 삭감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산 삭감' 얘기가 나오자 신제성 전남 구례교육장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서 앞으로 나섰다. 이어 신 교육장은 "지금 까딱 잘못하다가는 농촌유학이 없어질 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이 사업이 정말 지속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구례의 좋은 환경과 이야기보따리를 우리 아이들에게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선물해야 되지 않겠느냐. 이런 경험은 아이들이 커서도 큰 재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장 큰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농촌유학 #교육언론창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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