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운 딸에게 즉각적 위안은 스마트 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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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뉴스를 보니 우리 애만 우울했던 게 아니었나 보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7년에서 2021년 사이 우울증 환자가 34% 증가했는데, 이 중 2030 환자수는 약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의 영향이 컸겠거니 짐작하면서도 도대체 젊은 청년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구체적 요인들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관련 기사와 책들을 살펴보니 험난한 취업문제, 어린 시절에 겪은 힘든 일, 유전인자와 신경적 요인까지 다양한 원인들이 언급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현대사회의 기술에 대한 집착과 소셜 미디어 집착을 주요 원인으로 다룬 책이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8월에 출간된 니컬러스 카다라스의 <손안에 갇힌 사람들>이다.
왜 SNS에 중독될까
미국 최고의 중독 전문가이자 임상 심리학자로 알려진 저자는 20대에 중독 문제를 겪다가 혼수상태에서 살아난 이력이 있다. 이후 그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중독자들의 회복을 돕는 일을 하며 각종 언론 매체에 관련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은 만성화된 소셜미디어 사용이 젊은 성인에게 끼치는 영향은 물론, 사용자들의 중독현상을 의도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비윤리성까지 파헤친다는 점에서 특히 독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내용 중 하나는 소셜 미디어의 과한 사용이 가져오는 자제력 약화에 대한 부분이다. 책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를 통한 화면 경험은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분비시킨다고 한다.
문제는 이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동안 충동제어와 관련된 전두엽의 회백질이 감소하게 되어 자제력을 점차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볼수록 더 집착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 것이다.
게다가 디지털 플랫폼에 과도하게 자극받고 취한 사람에게 일상은 필연적으로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도파민을 솟게 하는 화면 경험과 관련되지 않은 일들, 책을 읽거나 공원산책 등 일상의 경험은 도파민 추락, 즉 기쁨을 느끼는 것이 불가능해져서 우울증, 따분함, 공허함, 쾌감 상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상이 부쩍 지루하고 공허하게 느껴진다면 자신의 소셜 미디어 의존을 점검해 볼 메시지로 읽히는 부분이다.
이 책이 인상적인 또 다른 지점은 소셜 미디어 사용이 사용자의 뇌 구조와 정보처리 방식을 바꾼다는 주장에 있다. '좋아요'와 '싫어요'의 이분법적 선택으로 시작한 페이스북과 그 외의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이분화된, 자체적으로 강화되는 정렬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고 한다.
즉, 인식된 선호도를 바탕으로 하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왼쪽으로 기울면 왼쪽으로 기울어진 콘텐츠를 더 많이 보내고, 오른쪽으로 기울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콘텐츠를 더 많이 보낸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은 점점 폭이 좁고 복잡성이 결여된 흑백 논리의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해지고, 이는 뇌 구조 또한 이진법 방식으로 단순화되게 만든다고 한다. 정신건강에 극도로 유해한 이분법적 사고는 안타깝게도 경계선 성격장애를 포함한 여러 성격 장애의 진단적 특징이라고 한다. 저자는 또한 거시적 차원에서 우리 사회도 같은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중독되라고 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