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폭정·검찰독재 저지 총력투쟁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며칠 동안 침묵하던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입장을 냈다. 그는 "이제 정치의 최일선에 선 검찰이 자신들이 조작한 상상의 세계에 꿰맞춰 저를 감옥에 가두겠다고 한다"며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검찰권 남용"이라고 했다. 또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멈춰달라"며 "이번 영장청구는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당하게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었다"며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것이 아니라 부숴야 한다. 검찰의 영장청구가 정당하지 않다면 삼권분립의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검찰의 정치개입과 헌정 파괴에 맞서는 길이라 확신한다."
이 대표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부결이다.
그런데 2월 당시 '139표'의 구성을 뜯어보면, 가장 확률 높은 분석은 '국민의힘 114명 전원 + 정의당 6명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 양향자 무소속 의원 = 122명 + 민주당계 이탈표'다. 기권과 무효 20표를 더하면 37명이 등을 돌린 결과다. 이 가운데 '가결 17명'이 이번에도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면 관건은 기권·무효 20명이다.
법원 판결 등으로 9월 현재 국민의힘 의원 수는 총 111명이다. 여기서 박진 장관을 빼고 정의당과 조정훈·양향자 의원, '가결' 민주당 의원들의 표를 합하면 135명이고, 국민의힘을 탈당한 하영제·황보승희 의원도 가결로 본다면 137명에 달한다. 이때 '기권·무효 20명' 중 11명이 찬성표로 돌아선다면? 딱 148표다.
그 '20명'은 어떤 심정일까. 예측이 둘로 나뉜다. 한쪽은 검찰의 태도가 오히려 반감을 키웠다고 말한다. A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의원들이 정서적으로 가결을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B의원은 "당연히 부결이다. 대표가 (병원에) 실려갔는데 어떻게 가결시키냐"라며 "그런 고민을 할 수 없다. 아니, 사람이 죽어가는데 검찰은...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그거(가결)는 친명/비명 떠나서 못한다"고 했다. 이런 면에서 이 대표의 요청은 '방탄 논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동정-반발 모두 자극한 이재명... 뭐든 후폭풍
반면 이재명 대표가 가결 심리를 유발한다는 이들도 있다. C의원은 "2월과는 다르다"며 "당시에 '이번엔 부결이 맞고,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벗어나는 전략 등을 보고 다음에 정하겠다'는 이들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 대표가 (친이재명 성향) 특보들을 임명했고, '이재명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수박을 이기겠다'고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에) 온 사람들이 있다"며 "의원들이 어떻게 반응하겠나"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스스로 6월의 약속을 뒤집었다. 몇몇 의원들이 '가결시켜달라'는 메시지를 기다렸던 것과 정반대다. 가결도, 부결도 부담이었던 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소지가 높은 선택이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체포동의안 가/부결을 문의한 결과 응답한 의원과 아닌 의원'의 명단까지 만들어 돌리는 상황 또한 비명계 의원들을 자극할 공산이 크다. 일부 의원들은 이미 '이 대표가 결국 당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불만을 품고 있다.
가결이든, 부결이든 민주당의 미래는 혼돈이다. "부결은 방탄의 길이고, 가결은 분열의 길"이라던 박광온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처럼, 민주당은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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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운명의 날'... '2월 무효·기권 20명'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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