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그레이스 린(Grace Lin) 의 A Big Mooncakge for Little Star 의 한 장면으로 엄마와 딸아이가 월병을 만들고 있다.
김보민
어른들이 가족 친구들에게 선물할 월병 세트를 쇼핑하는 사이 아이들은 학교에서 랜턴을 만들거나 그린다. 달나라에 사는 토끼를 모티브로 플라스틱이나 종이와 같은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이용해 랜턴을 만들기도 했고, 랜턴 그림을 색칠하기도 했다. 그 결과물을 가져와 집을 꾸몄다. 안타깝게도 추석은 공휴일이 아니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로 나름 추석 분위기를 덩달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추석을 즐기고파 파를 듬뿍 넣은 매콤한 소고깃국을 끓이고 잡채를 해서 동네 친구들과 나눠 먹기도 했고, 아이들에게 한복을 입혀 한국에 사는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밝고 둥근 달을 보며 아이들과 손 모아 소원을 빌었다.
미국에서 첫 추석을 맞이한다. 속절없이 기온이 떨어지며 가을이 여름의 자리를 빼앗아 차지하더니 연일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 비가 끝나면 말간 해가 다시 등장한다고 해도 한번 떨어진 기온은 트램펄린을 탄 듯 올라가진 않을 테고, 우리를 긴긴 겨울로 데려갈 것이다.
한국에서 맞이했던 추석을 떠올려 본다. 구름이 많이 껴 이번 추석엔 보름달을 보기 어려울 거라는 뉴스 앵커의 멘트를 들었던 기억도 있지만 대체로 햇살은 붉은 고추를 바짝 말릴 만큼 따끔거렸고, 하늘은 드없이 높았다. 이맘때 들녘을 수놓은 벼들은 무겁디무거운 알곡을 견디지 못해 고개를 숙이고 또 숙였다.
유튜브 영상 제목을 보다가 사람들이 추석을 영어로 코리안 땡스기빙(한국식 추수감사절, Korean Thanksgiving)이라 부르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겨울 초입인 11월 말에나 만날 수 있는데 왜 우리는 추석을 두고 땡스기빙과 연결했을까? 주한 미군 대사관 공보과에는 미국의 명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추수감사절의 역사는 162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는 자신들의 종교적 자유를 위하여 영국을 떠난 청교도들이 매사추세츠주에 도착한 해이다. 그러나 혹독한 겨울을 거치면서, 그중 절반가량이 목숨을 잃게 되자, 청교도들은 주변에 있던 인디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인디언들은 그들에게 옥수수와 다른 작물들을 재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다음 해 가을에 많은 수확하게 되자, 청교도들은 감사하는 의미에서 추수감사절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후 추수감사절 행사는 미국 어느 곳에서나 지키는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단지 미국인들이 경제적으로 번영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유를 위하여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당시 청교도들의 의지가 아직도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 저녁에 먹는 음식들은 지금도 과거의 전통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추수감사절 저녁에는 구운 칠면조 요리, 크랜베리 소스, 감자, 호박파이 등을 먹는다. 추수감사절에는 저녁 식사를 하기 전에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함께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을 감사드리며 자신들이 받은 축복을 감사하는 기도를 드린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청교도인들이 살던 땅을 떠나 매사추세츠 주로 이주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살아남았다는 의미로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모여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함께 모인 것 자체에 감사하고 축복했다니 이 점이 우리의 추석과 꽤 닮았다. 추수감사절 즈음 미국으로 이사한 우리 가족에게는 추석만큼이나 추수감사절이 가진 이야기도 아주 가깝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