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외압 의혹’을 보도한 이덕영 기자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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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의 결과가 보도 흐름에 나타나기도 한다. 처음부터 사고 책임과 은폐 의혹 두 가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접근하였나?
이덕영 : "사실 처음에는 감시 차원이었다. 초반부터 의아했던 지점은 7월 21일, 생존 장병 어머니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분의 얘기와 해병대의 얘기가 전혀 달랐다. 이분은 '현장에서의 보고가 묵살됐다'고 얘기했고 해병대에서는 '현장에서 책임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현장에 대해서 너무 다른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군에서 뭔가 감추려는 게 아닌가 의심을 했고 이를 감시하려고 했다."
- 이후 MBC뿐만 아니라 다양한 언론사에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보도에 뛰어들었다. 이때 눈에 띄었던, 또는 영향을 받았던 타사 보도는 없었나.
이덕영 : "사실 제일 아팠던 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보직 해임을 놓쳤던 것(일동 쓴웃음)? 저는 그날 이승만 기념관 관련 리포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놓쳤다는 생각이 들어 뼈아팠다."
- 물론 해임 그 자체가 여러 은폐 사실을 드러내는 데 중요 포인트이긴 했으나 그 전후 밝혀진 내용들도 중요했던 것 같다. MBC의 경우 보직해임 전날 임성근 1사단장이 김계환 사령관을 만나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데 대해 '사퇴는 아니라고 한다'고 보도했다. '책임 지겠다'는 말은 곧 사퇴라고 보도한 다른 언론과 달랐다.
이덕영 : "당시 '책임 지겠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당연히 모든 언론사들은 그가 사퇴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저희도 당연히 그렇게 인식을 했다. 그래서 앞으로의 절차에 대해 해병대 사령부에 문의를 했었다. 그런데 사퇴가 아니라고 하더라. 굉장히 의아했었다."
- 의아한 일들이 계속 되던 와중 8월 7일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내용이 MBC와 SBS 등을 통해 보도됐다. 수사 내용을 기반으로 했으나 둘의 보도는 결이 다르다. MBC는 수사 내용 전반을 짚으며 문제가 있는 부분을 풀어서 설명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홍의표 : "사실 비슷한 내용을 보도하는지 전혀 몰랐다. 나중에 경위를 물어보니 SBS에서도 주말 간 추가 취재를 통해 보도를 준비하고 있었던 거더라. 같은 날 보도되면서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사건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언론이 또 있구나'라는 점에서 안도하기도 했다. 우리만 한 단독보도가 아니라 아쉬울 수는 있지만 이 이슈 자체가 오래 가려면 다른 언론사에서도 뛰어들어야 한다. 여러 곳에서 같이 감시하고 기사화해야 동력이 생긴다.
다만 저희의 그날 보도는 수사 결과를 전반적으로 설명해주고, 그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 내용을 풀어서 설명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타사와의 차이가 보는 사람들에게도 느껴졌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이덕영 : "7일 날 보도 내용은 취재한 걸 다 내보내지 못했다. 당시 너무 방대한 내용을 알게 돼서 SBS에서 집중했던 내용은 저희도 알고 있었지만 거기까지 다루기에는 시간과 분량 문제가 있었다. 사실 지나고 보면 그때 시간을 더 많이 투입해서 더 많은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뤘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 그 이후 박정훈 대령이 언론 전면에 등장한다. 관련 보도를 초반부터 했던 분들의 소회나 소감이 궁금했다.
이덕영 : "처음엔 이분에 대해서 어떠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비하인드가 있을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막연하게 이분의 말이 모두 진실이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분이 주장하는 것들이 워낙 일관되고 정확하고 상세했었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내용에 대해 신빙성을 갖지 않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 '철저히 준비하셨구나' 생각은 했다. 그리고 KBS 1TV <사사건건> 인터뷰는 사실 굉장히 아팠다(또 한번 일동 쓴웃음). 설마… 인터뷰 하실 줄 몰랐다."
홍의표 : "선배님이 공을 좀 많이 들였다."
이덕영 : "제가 정말 열심히 요청을 드렸었는데…. 저회와 안 하면 언론 인터뷰를 아예 안 하시는 거구나, 또 현역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겠구나 하고 이해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나셔서… 공영방송이라 나가셨다 하기에 이해는 하지만 서운함이 없지는 않았다(웃음)."
- 취재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있다면.
홍의표 : "전체적으로 보면 취재가 전반부, 후반부로 나눠진다. 제가 주로 맡았던 전반부에서 보자면 취재원 보호가 가장 어려웠다. 이전에 느꼈던 취재원 보호와는 차원과 깊이가 달랐단 생각이 든다. 기사에 어떻게 표현하고 또 어디까지 보도하는가는 저희의 몫이지만 이것이 사회에 드러나고 난 뒤는 모두 취재를 도와준 남은 자들의 몫이기 때문에 지금에야 모든 정황을 확신할 수 있지만 사건 초창기에는 어디까지 보도하고 또 취재원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가 개인적으로 딜레마였다."
'인권' 잣대로 대통령실·사단장 책임 취재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