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와 노트북을 동원한 임영웅 효켓팅의 현장
이수현
그걸 지켜보며 생각했다. 내가 60대, 70대가 되었을 때 문화생활을 위한 티켓팅 시스템은 어떻게 바뀔까. 대신해서 해줄 자식이 없다면 공연은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도 그런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그때쯤이면 티켓팅을 도와주는 도우미 시스템이라도 개발 되려나.
명절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KTX 예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확산 이후 명절 기차표 예매는 100% 온라인 예매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고령자나 장애인에 한 해 온라인이나 전화로 예매 가능한 표는 겨우 10%였다.
결국 취소표를 노리거나 입석 좌석을 구매해야 하는데, '100% 온라인 전환' 같은 급격한 변화 앞에서 노년층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은 큰 벽으로 느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부모님이 맛집 앞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순서가 오지 않아 헛걸음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셨다고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수기로 적는 것이 아닌 앱을 통해 원격줄서기를 하는 식당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새로 생긴 유명 맛집을 가볼까 하고 검색을 해보았는데, 원격줄서기 앱으로 저녁 6시에 등록을 해두었더니 저녁 9시에 밥을 먹을 수 있었다는 후기가 있었다. 지금은 간단한 검색 한 번으로 3시간의 기다림을 방지할 수 있었지만, 내가 할머니가 되면 나는 어떤 방법으로 맛집을 다닐까.
전국의 효녀들을 대표하여
우연히 서점에서, 도서 검색 줄 앞에 서 있던,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보이는 두 어르신이 독수리 타자 법으로 "몽….고….ㄹ", "아 빨리 좀 쳐봐! 몽.골.여.행!"이라고 하는 것을 목격했다. 화면이 유달리 크고 키보드가 유달리 아래에 위치해 있어 타이핑이 더더욱 어려워 보여 선뜻 "혹시 도와드릴까요?"라고 말을 건넸다.
내가 대신 쳐드리면 줄도 빨리 줄어들고 나의 책도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이기심도 한 스푼 들어갔던 제스처였지만. 내 줄 앞의 사람이 복잡한 키오스크 세상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면 작은 튜브라도 던져 줄 여유를 찾아보면 어떨까.
적극적으로 배우고 시대에 발맞추고자 하는 노력, 소외되는 계층을 배려하는 점진적이고 섬세한 제도, 서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돕고자 하는 마음. 이 삼박자가 잘 맞는다면 앞으로 다가올 급변의 세계를 맞이하는 마음에 불안감을 한 스푼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영웅씨, 다음번에는 6일간 공연장에서의 콘서트보다는 호남평야에서 한 달간 공연을 열어줘요. 전국의 효녀들을 대표하여 이렇게 부탁합니다.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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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기쁨을 더 자주 기록하고 싶은 취미부자 직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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