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질의하며 띄운 화면. 용 의원은 김 후보자가 공동 창업한 위키트리 기사 중 2차 가해와 성희롱성 발언 기사들을 소개하며 이를 비판했다. (노컷브이 유튜브 화면갈무리)
노컷브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인사청문회에서 신랄하게 지적했던 것처럼, 화려한(?) 김 전 후보자의 전력을 들으며 절로 실소가 나왔다. 요약하면 그는 여성의 안전을 강화시키기보다는 되려 퇴보시킨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김 전 후보자가 공동창업한 위키트리에서 쏟아져 나온 기사들은, 내가 학창시절 때 배웠던 '황색 저널리즘'의 전형이었다. 기사만 봐도 '신성한 지하철 안에서...', '역대급 노출', '누드톤 원피스' 같은 자극적 제목이 대다수였다. 이런 여성 혐오성 황색 보도가 문제인 이유는 읽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성적 관념을 심어 준다는 데 있다. 온라인에서 갖게 된 왜곡된 생각은 고스란히 오프라인에서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
위키트리의 기사들은 타인의 피해를 마치 가벼운 가십인 것처럼 다뤘다. 특히 여성 피해자를 다룬 기사의 경우 훨씬 더 노골적으로 2차 가해를 저질렀다. 용혜인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선정적이고, 불필요한 성적 상상을 일으켰으며, 가해행위의 심각성을 희석했다.
김 전 후보자는 아마도 펜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제도도 다르지 않다. 기사도, 제도도 사회의 어둔 단면을 바꾸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쓰이고 제정된다. 그렇지 않다면 그 어떠한 가치도 갖지 못한다.
적어도 고통에 공감은 하는 사람이었으면
아마 그 누구도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에 '완벽한 사람'이 오기를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저 아침 출근길에 성폭행을 당하고, 건강을 해칠 것을 감수하고 낙태약을 삼키며, 한때 사랑했던 애인에게 맞을 게 두려워 '안전 이별'을 검색하는 수많은 여성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이들을 한번이라도 기억하는 사람을 원했을 것이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늘 역사를 바꿔왔으며, 여성들에게는 지금 그런 수장이 필요하니까.
그러나 김 전 후보자는 결국 인사청문회장에서 퇴장하며 '줄행랑'을 쳤고, 자진 사퇴로 물러났다. 온라인에서 '김행랑(김행+줄행랑)'이라 회자되는 그 장면은 몇 번이고 돌려봐도 웃기고 슬프면서 한편으론 씁쓸하다. 나는 김 전 후보자가 당시 어떤 마음이었는지 사실 좀 궁금하기도 하다. 당당함이었을까, 아니면 부끄러움이었을까.(관련 기사:
'김행랑' 된 후보... "짐 쌌으면 그만 둬야" https://omn.kr/25wgp ).
나도 물론 예전엔 회사 면접장에서 뛰쳐나가고 싶을 때가 있었다. 나라는 사람의 자질을 질문 몇 번으로 가차 없이 평가당하니 말이다. 그래도 버텼다. 정말 그 회사에 입사하고 싶었으니 말이다. 나 같은 일개 시민도 버티는데 장관 후보자란 사람이 도망을 친다니. 사실 김 전 후보자는 그리 절실하게 여성가족부 장관이 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치기 어린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김현숙 장관의 사표 처리는 아직이라지만, 어찌 됐든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는 다시 빈 자리가 됐다. 더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다음 후보자가 누가 나올지 꼼꼼히 살피고 국민의 입장에서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 과거 여성가족부를 설립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던 여성들과 운동가들을 노력을 폄훼하지 않는, 적어도 여성 안전을 퇴보시키지는 않은 리더가 자리하기까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