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경남·부산본부는 19일 오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건설노조 탄압은 현장을 어떻게 바꾸었나”라는 제목으로 ‘탄압 이후 부산울산경남 현장 실태 조사 결과와 쟁점토론’을 벌였다.
윤성효
"옛날로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체불이 더 발생한다. 교섭을 해서 조합원 고용 요구를 못하는 분위기다. 그렇게(고용 요구) 하면 건설사들이 공갈이라거나 강요라면서 고발하기 때문이다. 결국 조합원들은 개인 인맥을 통해 일하러 가기도 한다. 근무시간 개념은 무너졌다. 하루 8시간이 노동기준인데 9시간할 때도 많다. 1시간 더 노동을 했는데도 돈을 못 받는다. 게다가 건설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더 일한만큼) 돈을 더 달라고도 하지 못한다. 그렇게하면 장비를 빼놓고 일을 못하게 한다."
한 건설노동자가 토로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건설노조 탄압' 이후 벌어진 현장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나서서 '건폭(건설폭력)'이라 칭하고, 경찰·검찰이 건설노조를 각종 혐의로 조사한 후의 일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경남·부산본부는 19일 오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건설노조 탄압은 현장을 어떻게 바꾸었나'라는 제목으로 '탄압 이후 부산울산경남 현장 실태 조사 결과와 쟁점토론'을 했다.
김태형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이은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경남건설기계지부, 부산건설기계지부, 부울경건설지부를 대상으로 한 '건설노조 탄압 실태'를 분석해 발표했다. 8월 말까지 채용절차법 위반, 공정거래법 위반, 업무방해, 공갈, 공동강요, 협박,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은 건설노동자는 1700여 명으로 파악되었다.
이들 가운데 사법처리의 진행 단계를 보면, 8월말 현재 경찰조사 28명, 검찰조사 11명, 재판진행 11명, 선고 3명, 기타 12명 등이다.
이은주 활동가는 조합원 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탄압 이후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절반 이상(53.85%)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한 조합원은 "임단협이 끝났는데 우리가 요구했던 것에 60%도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탄압 이후 가족 반응"은 '걱정'(62%), '노조 활동 중단 요구'(20%), '다른 일 권유'(8%) 등으로 나타났다. 한 조합원들은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형님이 '니만 당당하면 됐다. 죄인 아니다'라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건설업을 그만 두려고 생각했느냐"는 물음에 '아니다'가 62.94%, '그렇다'가 22.06% 등으로 답했고, "직업 공개가 꺼려졌느냐"는 질문에 '아니다'가 45.59%, '그렇다'가 27.94% 등이었다.
탄압 이후 현장 상황에 대해 "불법적인 업무지시가 늘어났다"거나 "초과 근무 시간이 증가했다", "무분별한 공기 단축이 증가했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임금 삭감 요구나 체불이 증가했다", "수입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이 높았다.
작업 환경 등과 관련해 응답자들은 "작업장의 노동환경이 열악해졌느냐", "노동조합 활동하기 어려워졌느냐", "원청사와 발주사의 요구와 압박이 증가했느냐", "안전을 무시하면서 일하는 것이 늘어났느냐", "산업재해가 은폐되는 일이 증가했느냐"라는 물음에 '(매우)동의' 비율이 '비동의'보다 훨씬 많이 대답했다.
탄압 이후 심리적·정서적 상황과 관련해 조합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었다"거나 "조합원들이 불안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나의 가족들이 걱정한다"는 응답을 많이 했다.
"건폭 탄압 이후 헌법 노동3권이 크게 오염되고 손상"
석현수 건설노조 부울경건설지부장은 발제에서 "건설산업은 태생적으로 산별적인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업별 형태의 노사관계자 주가 되면서 산별교섭과 이를 보장하는 법적 장치가 부족하다. 결국 현재 조합 활동이 업무방해와 공갈·협박 등으로 치부돼 탄압 받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건설노동자를 보호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건설노동자들은 더욱 강한 연대와 폭넓은 조직화, 전체 건설노동자를 조직하는 실질적 위력을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건설사업에 맞는 노사관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토론에서 이도현 변호사는 "신조어 '건폭'이 등장한 이후 공안탄압 정국을 거치며 헌법 노동3권이 크게 오염되고 손상됐다. 전임비는 20년 이상의 논쟁과 수많은 합의를 거쳐 피땀 위에 안착한 제도다. 그런데 이를 일방적으로 노조가 폭행·협박으로 빼앗은 돈처럼 수사했다"면서 "가장 처참한 건 전임비에 대한 무지성이다. 즉 '노동법 문외한'이라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조애진 변호사는 "건설 노동자가 직종간 이해를 넘어 큰 틀에서 연대해 건설자본에 대항하겠다고 한 건 교섭목표이자 전략으로 이해돼야 한다. 노동자 개인이 개인으로 존재할 때는 어떠한 요구도 관철할 수 없다. 그래서 집단으로 뭉쳐서 노무제공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를 협박으로 보면 건설노동자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합법적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현 정부의 노사법치주의는 겉으로는 귀족강성노조의 횡포를 막고 소외된 개별노동자를 보호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금의 형태를 보면, 뭉치면 때려잡고 흩어지면 소외시키는 게 현 정부의 노동정책의 기본이다. 건폭 몰이가 그 정점이 아니었나 싶다"라고 부연했다.
원경환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 사무국장은 다단계 문제를 설명하면서 "노동, 안전, 기후, 물가변동 등을 반영하는 적정 공사비, 적정 공사기간의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라며 "시공사가 직접 시공 비율을 높이고 건설사는 실질적인 건설능력을 갖춘 회사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결국 건설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거나 이에 준하는 공적인 고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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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때려잡기... 현장은 이렇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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