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골구리 스테이플러개골구리 스테이플러
박유정
하지만 개구리를 무서워하는 그 마음만큼은 질투가 아닌 진심이었다. 실제로 나는 유난스럽기는 하지만 아직도 입체로 된 개구리 모형을 잘 보지 못하고 개구리 해부는 꿈도 못 꿀 일이다. 내가 볼 수 있는 개구리는 평면에 있는 그려진 개구리, 즉 캐릭터화 된 개구리이고, 그 중에서도 개구리의 특징이 거의 지워진 것들이다.
그런 내가 어른이 되고 고전문구 수집을 막 시작했을 때, 내가 만난 개골구리는 당연히 내 관심 밖이었고, 마음속으로 징그럽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개구리가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된 얼굴은 아니었지만, 이 세상에 떠버기, 키디, 체리펫, 둘리가 있는데 개골구리에 관심이 갈 리가 만무했다.
그렇게 개골구리 물건은 전혀 수집하지 않은 채로 몇 년이 지나고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그러다 이 동네에 오래된 바른손(개골구리, 떠버기 제작 회사) 매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핌핌(바른손 꼬마또래의 토끼 캐릭터 차후 기사로 작성하도록 하겠다)에 한창 빠져 있던 나는 바로 매장에 방문했다. 오래된 매장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상품들과 아주 오래된 상품이 뒤섞여 있는 아주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한참을 살피며 이것저것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으니 사장님께서 창고에 가면 물건이 더 있다고 안내를 해주셨다. 운 좋게 창고를 구경할 수가 있었다. 창고에는 먼지 쌓인 노트와 훼손된 가방들, 사장님의 살림도구 일부와 빨간 바지를 입은 개골구리 인형이 있었다.
나는 정말 놀랐다. 왜냐하면 인형류들은 남아 있는 경우가, 특히나 창고에 남아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개골구리는 거의 메인 캐릭터라고 생각을 해 왔는데 이토록 상태가 좋은 개골구리가 창고에 살다니. 그토록 관심이 없던 개골구리였지만 날 보고 윙크를 하고 있는 그 인형을 나는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
더이상 질투가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