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대적사 극락전
정만진
지난 21일, 하늘이 청명해 맑고 밝고 아름다운 날씨였다. 그러나 사단법인 역사진흥원(이사장 남기정) 가을 역사탐방단의 일원이 되어 찾은 첫 답사지는 어둡고 음울하고 슬픈 곳이었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동 '10월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모두들 묵념을 했다.
1946년 10월 1일 대구에서 시작된 시위가 10월 8일까지 경북 일원을 휩쓸었다. 민중은 친일파 척결을 제1구호로 외치면서, 농지개혁과 물가안정 등 현안에 대한 미군정의 무능을 강력히 질타했다. 위령탑 입구의 안내판은 당시 그 과정에서 60여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밝혀지지 않은 희생자가 몇 배 더 많을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수많은 국민을 학살한 보도연맹 사건
위령탑은 보도연맹 희생자를 추념하는 시설이기도 했다. 보도연맹은 이승만 정권이 좌익활동 경력자 등 30여 만 명을 가입시켜 만든 관변단체로, 정부가 그들을 '보'호하고 바른 길로 인'도'한다는 취지를 표방했다.
하지만 이승만 정권은 1950년 보도연맹 회원들을 무차별 학살했다. 북한군에 동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살해 이유였다. 제대로 된 재판도 없었고, 무덤도 없었다. 마구 죽여서 '골'짜기에 파묻었다. 그래서 보도연맹 대학살 이후 사람이 죽는 일을 "골로 간다"라고 표현하게 되었다고 한다.